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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79 외사랑


짝사랑이 지나가고, 그 뒤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사랑은 붉은 사랑이다. 그 붉은 사랑은 그를 향한 고달픈 외사랑의 향기를 잔뜩 품고 있다.

짝사랑은 애달프고, 외사랑은 고달프다.
짝사랑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을 모를 때를 말하고,
외사랑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을 그는 알고 있지만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즉, 짝사랑과 외사랑은 한쪽만 하는 사랑을 뜻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상대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임에 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 짝사랑은 첫사랑이라 더욱이 애달프다. 안타깝고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진 애달프다의 단어 뜻을 알고 난 후, 오랫동안 마음에 계속 머물러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가 애달프게 내 마음에 머물러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날 쥐고 흔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지독한 짝사랑은 이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이 붉은색을 입고, 나에게 찾아왔다. 그 사랑의 이름은 외사랑이다.
이제 막 시작한 외사랑이지만 한없이 고달플 거 같다.
고달프다는 몸이 처지고 몹시 고단하다는 의미를 가진 뜻인데 내가 하는 외사랑은 다른 외사랑과는 다르다.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 외사랑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이 사랑 또한 이미 정해진 답을 건드리지는 못하걸 알기에 이 또한 슬픈 사랑을 짐작해 본다. 그러나 그 색은 누구보다 붉다. 이루지 못할 사랑을 내리 연거푸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또 얼마나 고달플지, 또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지 알면서도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전부 알아버린 그가, 나에게 등을 돌릴 거라 예상했던 그가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다시 말해 응원이 아니라 위로를 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처음엔 위로만으로도 가슴 벅찼는데 곱씹을수록 응원이길 바라고 또 간절히 바라게 된다. 내게 위로를 건넨 그의 마음이 연민인지, 동정인지는 너무 궁금하지만 내게 중요하지 않다. 곁을 잠시 내어준 그가 나는 그냥 마냥 너무 마냥 좋다. 내 사랑은 새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이고 있다. 더 붉고, 더 붉은색을 진하게 입고 말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들킨 후에는 그에게 가는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고 하면 안 되는 거겠지?
그가 너무도 보고 싶다.
조금 더 절절해지고 진해진 내 사랑이 이제는 그에게 내 사랑만 닿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다. 혼자 하는 짝사랑은 끝났기에. 그러나 내 간절한 외사랑은 변질되어 그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다. 외사랑 말고 그냥 흔히 하는 사랑을 그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이다. 허황된 꿈이고 헛된 생각이지만 이번 사랑 또한 나만 하는 외사랑이기에 바란다고 이루어질 것이 분명 아니기에 나는 또 간절함을 담아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