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향이 아닌 반쪽자리 사랑이라고 해서 그를 향한 내 사랑의 크기가 작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에 대한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그의 주위를 하염없이 맴도는 나는 현재 짝사랑 중이다.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멈추고, 옷깃만 스쳐도 마냥 좋은,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고 감정이 생긴다는 게 일반인보다 불안과 강박이 높은 내게는 희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서른 중후반 언저리 나이에 말이다.
그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나는 현재의 사랑에 충실했던 것뿐인데 이렇게 아프고 힘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알았더라면 시작조차 안 했을 것이다. 그를 보는 일이 희망고문과도 같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빨리 마무리 짓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임을 다시 상기시켜 본다.
고백을 하기 위한 도박을 나에게 걸어보기로 했다.
난 명분과 핑계가 있어야 하니.
분량의 글을 쓰고 나면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편집장님과의 약속 시간을 잡는다. 작가에게는 편집이 꽤나 중요한 일이다. 독자가 읽기 전 단계이므로. 1년 넘게 전화를 했지만 그와 통화했던 횟수는 아마 5번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늘 바쁘기 때문이다.
오늘 11시에 사무실에 전화해서 만약 그가 받는다면, 고백을 위한 애프터 신청을 만나서 꼭 하고 오리다. 그가 받지 않는다면, 일단은 고백 없이 그를 마지막으로 보고 이별하는 걸로 해보기로.
내 생각엔 늘 바쁜 그는 이번에도 다른 편집장님이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도박 역시 나에게 이로운 도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도박이다. 나는 지금 그가 전화를 받길 바랄 것인가 아니길 바랄 것인가 조금 헷갈릴 뿐이다.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소설)#1-73 여름은 가고, 가을이 왔다 (3) | 2024.09.23 |
---|---|
엽편소설)#1-72 변태는 아니래 (2) | 2024.09.23 |
엽편소설)#1-70 몸살 (0) | 2024.09.23 |
엽편소설)#1-69 고백을 놓치고 (6) | 2024.09.21 |
엽편소설)#1-68 온전한 내 것 (30) | 2024.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