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오전 5시
밤새 내린 비가 주춤하는 듯 보였고, 곧 비가 잠시 멈췄다. 결국 거실에 누워 뒤척이며 밤을 지새운 나는, 오늘 저녁이라도 푹 잘 수 있게 강변을 나왔다. 골반과 다리사이에서는 조금 뻐근하고 얼얼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가 머물었던 흔적이라 생각이 스쳐 지나간 순간, 아픔을 주는 통증에서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일로 바뀌어버렸다.
이날은 러닝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산책이 목적으로 집을 나섰다. 비가 많이 내려서 인지, 아니면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밖의 공기는 습함 속에서도 코 끝에 닿는 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땀복으로 갈아입고 나올까도 싶었지만, 조금 걸으면 더워지겠지 라는 생각에 걷기를 시작했다. 강변은 밤새 많은 양의 비로 범람했으며 으스스하고 무서운 광경을 내게 보여주었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는 이끌리듯 그의 사무실로 향해 걸었다.
내 귀에는 <이연경의 종이비행기를 타고 간 사랑> 노래가 들려왔다. 아마도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에 씁쓸했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나 혼자 아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무실 앞에 다다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집 앞까지 걸었고, 또 나는 그의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말이다. 곧 멈출 것 같은 비가 아니었고, 흰 반바지에 흰 반팔티를 입고 있던 터라 나는 빗속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기분은 좋아지는 듯했다. 흠뻑 젖은 채로 아파트 입구에서 뚝뚝 떨어지는 비를 짜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결국, 심한 감기 몸살과 근육통이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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