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나는 좋아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와 같은 감정 표현을 곧 잘하는 편이다. 그런 나를 내 주위 사람들은 신기해할 정도니 꽤 감정표현이 솔직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어른 남자가 들어가는 순간, 말이 목구멍에 막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과장님 좋아해요"라는 이 단순한 말이 그리도 어려운 말인 건지.
매번 그와 있을 때마다 이 단순한 말을 담백하고 진심을 담아 얘기하고 싶었지만, 턱 끝까지만 차고 입 밖으로는 도저히 튀어나오지 않는다. 번지점프를 해보진 않았지만, 번지점프하기 직전의 감정이었다. 한 발만 내딛으면, 잠깐의 무서움과 공포를 참으면 결국은 성공이라는 성취감을 손에 쥘 수 있을 텐데, 떨어지기 직전 발을 내딛을까 말까 하며 긴장 속의 긴장. 그런 감정이 그 앞에서 딱 내 모습과도 같다. 그가 나를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모습만 기억할까 봐 걱정이다ㅜ
글을 쓰다가 문득, 어른 남자가 내게 본인의 번지 점프의 경험담을 내게 해줬던 게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그가 갑자기 떠올라 웃음이 났다. 왜 그가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건장한 그도 번지점프는 무서워하는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었다. 별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님에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에 큰 행복을 주는 그가 너무 좋다. 항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에 있는 위치에서, 나는 그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궁금하다.
마음 같아선 그의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이야기해달라고 조르고 싶다 ㅜ 귀찮게 괴롭히고 싶다ㅜ 그에게 징징거리고 싶다 ㅠ 그에게 매달려서 칭얼대고 싶다ㅜ 그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싶다ㅜ 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말이다.
내 마음을 그에게 당장이라도 토해내버리고 싶다. 내 상황에서는 고백이라는 표현보다는 토해내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어른 남자 안에 영원히 살고 싶다고, 그러니 날 좀 봐달라고. 도망가거나 피하지 말고, 고백하는 동안만이라도 나만 봐달라고 그에게 떼를 부리고 싶다. 그러나 절대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나이가 많은 어른 남자이기에 그랬다간 철없는 중년 여자로 색안경을 끼고 날 보겠지.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최대한 담백하고 진심으로 그에게 고백하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사랑도 처음이니 고백 또한 당연히 나에겐 처음이다. 나에게 처음은 늘 불안하고 실수투성이인 내가 그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고백이고 나발이고 그 앞에서 고백을 위해 따로 만나자는 말도 못 하는 통에 고백을 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ㅜ 그를 보러 갈 때 또 도박을 거는 수밖에 없겠다. 날 위한 도박은 날 위한 약속이니 지킬 수밖에 없으므로.
아니!!! 근데 내 글을 아직 못 찾았으려나? 아오.. 진짜 늙은 아저씨!!!!!!! 갑갑하고 답답해.
아니면 혹시 이 글을 보고 충격받았으려나?
나 욕도 적은 거 같은데 성격 괴팍하다고 실망하면 어쩌지. 아마 그는 똥 잘 싸는 방법으로 검색한다 했으니 못 찾았을 것이 분명한 거 같기도 하다 ㅠㅠㅠㅋㅋ
만약, 찾았으면 내 사진을 보고 내 공간인걸 알고 댓글을 달았겠지?? "**님 제가 찾았어요!" 하면서 말이다 ㅡㅡㅋ그래, 어른 남자보다 내가 조금, 아주 조금 성격이 급한 거 같으니 다음 주 그에게 가서 그다음 만남을 사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약속을 잡고 오리다. 고백을 얼른 해버리자. 자꾸 시간이 지나니 숙제처럼 마음의 무게만 더 해지는 기분에 빨리 해버리고 싶다. 고백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성공을 하든, 실수투성이로 눈물콧물 흘리며 울고 불고 하는 고백이든, "과장님 사랑해요"라고 내뱉고 도망가는 고백이든, 그게 뭐든 간에 고백을 빨리 해버리고 빨리 그를 향한 현재 진행형 사랑을 지난 사랑으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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