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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5 설레임이 설렌다


출판사님과 간단하게 미팅을 마치고, 편한 옷을 갈아입고
집 앞 강변에 나왔다. 한낮에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어디에도 가을은 없었다.
뛰지는 못하더라도 걷고 싶어서 나왔으나 이내 후회했다. 폭염특보가 발효중일 때는 걷지 말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그가 있는 곳까지 왕복 2번만 걷기로 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장덕의 <님 떠난 후>를 재생시켰다. 알림을 꺼놓은 단톡방에 카톡이 100여 개나 와있었다. 얼마 전 만났던 친구들의 단톡방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과 저번달 친구 결혼식에서 노래 불러주었던 나의 동영상과 사진도 있었다. 동영상을 재생시켜 노래 부르는 나를 보았다. 노래 부를 땐 난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고 영상 속 나는 나임에도 낯설었다. 축가로 결혼한 친구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었다. 홍진영의 와이파이와 홍진영의 사랑은 꽃잎처럼을 각각 1절씩 불렀다. 부를 땐 몰랐는데, 지금 들어보니 이 노래는 친구결혼식이 아닌 그에게 불러줘야 할 듯싶다.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가사가 많다. 오직 나만을 사랑해 달라, 평생 나만 바라봐달라, 너밖에 없다, 내겐 당신뿐이다. 스치는 바람처럼 짧았던 인연이래도 난 후회하지 않는다. 하룻밤 꿈처럼 깨면 다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슬픈 노래를 나는 저렇게 맑고 행복하게 신나게 불렀구먼?
그가 어디에서든 이 노래를 들어보고 가사가 그의 귀에  들어가길 바래본다. 내가 그에게 외치는 노래임을 알아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라디오든 테리비든 이 노래가 그가 들어보길 바랄 뿐이다.
나는 불안과 강박이 있지만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결벽증이 있어 늘 깨끗하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온실 속에 화초처럼 예쁨 많이 받았다. 키는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억쑤로 작진 않다. 얼굴은 뛰어나게 이쁘진 않지만, 웃을 땐 이쁘다, 복스럽다 소리는 종종 듣는다. 여리여리할 만큼은 아니라도 날씬한 편이다. 엄마를 닮아 요리를 잘한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했고, 책도 많이 읽어 나름 배운 여자다. 노래를 사랑할 만큼 흥도 많고, 감정 표현도 잘한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기에 흠이라곤 찾을 수 없는 여자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하나만 빼면 말이다.
이렇게 많은 장점이 많음에도 나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내 사랑을 받아달라고 원한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아직 이 징검다리를 다 건너가지를 못한다. 그래도 나는 5칸을 혼자 힘으로 건넜다. 이걸로 만족한다. 아마 징검다리 끝에 그가 서 있다면 이 불안은 한 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해 본다. 생각만 해도 한달음에 달려가서 그를 안아주고 싶다. 대표사진에 보이는 나무 그네가 있는, 뒤편에 있는 대나무 숲이 내가 돈을 뺏겼던 숲이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그곳에 가보았다. 가보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한 내가 너무 기특하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나는 그를 보러 간다.
벌써부터 이렇게 설레는데 내일은 얼마나 설렐까.
내일 그 고객 일만 잘 마무리하고, 제시간에 그를 보러 갔으면 좋겠다. 너무 보고 싶다.
아니, 그런데 맨날 그가 이렇게 바쁘면 나는 언제 고백하지?
30분이면 충분한데..  아니 10분으로도 충분한데 그 10분도 그는 내게 줄 수 없겠지? 뭐.. 나한테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주어야 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내일 가면, 그에게 다음 주 안 바쁜 시간에 오겠다고 해야겠다. 그래! 그럼 되겠다 ^^ 내일은 고백하지 말자 ㅜ 고백하면 더 보러 가지 못할 거니깐..  내일은 그냥 그의 얼굴만 보고 오자! 그동안 너무 많이 못 보지 않았는가. 그래그래.
내일은 그냥 많이 보고 눈이 담아 오도록 하자 ^^
원래 가고 싶었던 시간대에 내일 그를 보러 갔으면 비가 와서 더 좋았을텐데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곧 그를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기다려라, 나의 어른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