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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2 사랑에 빠진 여자



사랑에 빠진 여자는 가시 돋힌 장미보다 무섭다.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을 절대 이해할 수 없으며, 매미에게는 내년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나에게는 그가 없는 세상을 살 수가 없다.
원하고 원해도, 바라고 또 바래도,
잡을 수 없는 건 아니지, 잡히지 않는다는 건 알겠다.
그의 마음 작은 구석에서 그의 추억으로 살겠다 했다가도 그가 자꾸 욕심이 난다.  
곧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향한 내 마음과 그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서로 비례해져 어마무시하게 나에게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잡히지 않는 걸 놓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을 계속 바라고 기다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나는 똑똑하고 현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참 어리석다. 이러한들 저러한들 나의 사랑의 결말은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짓을 멈출 수 없다. 그를 향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그를 향해 가는 마음을 거둘 수도 막을 수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를 오롯이 내 것으로 가질 수만 있다면,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서도 지금 당장 악마와의 거래도 할 수 있다. 그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전부 다 가질 수 있다면 말이다. 내 사랑이 그에게만 가면 자꾸 초라해지고 작아지지만...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잖아??
나는 이런 내가 좋다.
혼자 몰래 짝사랑하는 주제에 기죽지 않고 뻔뻔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베짱이 나는 좋다.
그를 보러 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기죽지 않고 뻔뻔하게 짝사랑하면서도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동안 사랑을 듬뿍 많이 받은 나로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데, 그 사랑의 대상자가 하필이면 내가 주기만 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 사랑을 한없이 주기만 하는데 이걸로 만족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어른남자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