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사랑이라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사랑이 제대로 가야 할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직 그에게만 향하고 그에게만 줄 수 있는 것이라 그가 받지 않음이 분명함을 앎에도 그만둘 수가 없다.
그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내 모든 시야에는 그를 담고 싶어 했고, 그로 가득 채워지길 바랐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공허한 마음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가을냄새를 잔뜩 품고 있지만, 아직은 한낮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그럼에도 첫 남자가 수놓은 밤꽃을 숨기기 위해 출근 때 패션피플 마냥 가을룩을 입고 출근했다.
목티를 입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많아 목에는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으로 가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은 파스를 붙였으나 다행히 회사 사람들은 동전파스와 파스를 잘 붙이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괜히 나만 아는 민망함에 안 그래도 어설픈 내 행동이 더 삐그덕 거렸을 뿐.
내 몸에는 첫 남자의 흔적으로 내 마음에는 그를 향한 흔적이 서로 중앙선을 넘어 서로 다른 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나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검색창에 짝사랑 끝내는 법, 짝사랑 현실적으로 끝내는 법, 짝사랑 포기하는 법 등을 검색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중 짧지만, 가장 와닿는 답이 있었다.
"고백하고 차이는 게 개 빠름"
나의 고백은 그에게 사랑을 받아달라는 고백이 아닌데도 가능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곧 명쾌한 답이 나왔다.
그를 보러 가는 삼세판 중 한 번은 용기를 내어 사무실 밖에서 만나달라고 해야 하는 데.. 그 기회마저 그가 거절한다면 나 고백도 못 해보는 거네?
사실 맞는 말이다. 그가 나에게 시간을 굳이 낼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한편으로는 명쾌한 답에 속 시원하지만, 매가리 없이 힘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고백 없이 짝사랑을 그만두기엔 정리가 안될 것임이 분명하고, 고백하기도 전에 나에게 시간을 내지 않겠다고 하면 짝사랑은 마무리되겠지만 허탈할 것 같고, 내 계획대로 그에게 고백한다면 내 짝사랑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을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아 좋은데 이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 그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그가 호감이지만, 그는 나를 불호를 넘어서 극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던가.
젠장.
빌어먹을.
뭐가 이래.
꽤나 똑똑하다고 머리가 좋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뼈저리게 느낀다.
실속 없다.
어찌 내가 하는 사랑에 감당도 못하고, 제어도 못하고, 하루종일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나를 하루종일 들었다 놓았다를
나는 그를 하루종일 사랑했다 미워했다를
반복하다 갈피를 못 잡고 여전히 반복 중이다.
나는 그에게 고백을 꼭 하고 싶다.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다. 당황스럽겠지만 사실이다. 이 고백이 내 사랑을 받아달라는 고백은 결코 아니다. 내가 사랑했다는 걸 기억하고 힘들 때 내가 그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 이 고백이 마지막으로 내 짝사랑을 접을 터이니 부담은 갖지 마라고 꼭 이야기는 하고 끝낼 것이다.
그렇게 그에게 부담을 꼭 주고 싶다.
문제는 그가 나에게 10분의 시간을 내어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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