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 영원하기를,
당신과 내가 저물어지지 않기를.
당신을 보러 가겠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족쇄를 차듯 무겁고, 여름의 태양보다 여운이 길게 남아 진득하고 끈적끈적한 땀처럼 당신에게 질퍽거릴지언정, 나는 당신을 보러 가야겠어요. 당신을 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으니 말이에요. 그러니, 가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그저 당신이 보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가는 거예요. 혹여, 당신이 느끼기에는 내가 너무 자주 간다 생각하시거든, 그래도 내게는 티 내지 말아 주세요. 상처받아요, 나.
내일 출판사에서 하는 이벤트가 끝나면 한숨 돌릴 테죠. 당신에게 곧 갑니다.
이번에 갈 때 글을 개판으로 써서 가야겠어요... 그래야 편집시간이 길어질 테니까요. 그래야 당신이 내게 오래 있어주실 테니까요. 많이 많이 보고 싶거든요.. ㅠ 보이세요? 나요, 구질구질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지질하게 변해버렸어요... 날이 갈수록 당신 앞에서 나는 자꾸 유치해지고, 어려지고 꼴불견이 되어가요. 이유야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지만, 머지않아 이 감정들로 당신이 나를 미워할까 봐 겁이 나요. 사실 더한 꼴불견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온 힘을 다해 참고 있어요.. 평화롭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어요. 평정심을 지키던 때로 말이에요. 당신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기분을 잡아 엎어치기 해버리고 싶고요, 뜀박질하는 심장을 꺼내 얼음물에 담가버리고 싶어요. 유치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내가 잡지 못한 당신의 손을 잡았을 지난 사람들에게 질투가 나요. 그뿐인 줄 아세요? 당신에게 무례하지만 않다면, 다른 작가들과 일도 못하게 당신의 시간을 몽땅 사버리고 싶어요. 당신과 있을 모든 작가들이 샘난단 말이에요. 이토록 나를 꼴불견으로 만든 건, 죄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를 유치하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일 내가 당신에게 무례하게 군다면, 이해주 세요. 당신을 보지 못한 시간들이 힘들어서, 그리워서 그러는 것일테니까요.
내일 출판사 행사로 조금 예민해진 탓에, 홍보팀 직원이 내게 청포도 사탕을 줬어요. 달달한 사탕 먹고 긴장 풀라고요... 낱개 포장지를 뜯어 입에 넣는데 느닷없이 당신이 떠올라버렸어요. 다음에 사탕 사주겠다고 말하는 당신 모습이 아니라, 사탕 하나를 두고 같이 나눠먹던 모습이 떠올라버렸어요. 순간, 당황해서 배시시 웃고 말았죠. 그 모습을 보고는 홍보팀 오빠가 날 더러 정신 똑바로 챙기라고 말해줬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당장이라도 당신에게 달려가 같이 나눠먹고 싶어 졌거든요. 윽.. 너무 보고 싶어요. 당장이라도 당신의 민낯_있는 그대로의 날것에 입 맞추고 싶어요.
내가 무례하게 굴어도 이해하세요 꼭! 당신을 많이 사랑해서 일터이니까요.
당신과 함께 빗속을 걷고 싶어요.
빗방울의 감촉과 촉감을 하나하나 고스란히 느끼며 당신과 우산을 함께 쓰고 싶어요. 분명 내게 우산이 많이 기울겠지만 말이에요. 신발에 비가 들어와 꿉꿉해도, 바지 끝단이 점점 비로 젖어가도 하릴없이 빗속을 당신과 함께있고 싶어요. 그렇게 기가 막힌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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