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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04 먼발치에서



딱 이까지가 당신을 보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한계인가 봐요. 너무 보고 싶어요.. 그냥 보고 싶다는 말이 아녜요. 살기 힘들 만큼 당신이 보고 싶다는 거예요. 당신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시겠죠. 뭐 빤하죠. 다 아는 사실을 쓰면서도 찌르듯 콕콕 아픈 건, 내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당신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대신, 당신만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잊지 말아요.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기억은 당신이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날 꼭 기억하세요. 적어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에는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거마저 해주지 않으신다면, 내가 얼마나 더 초라해지겠어요. 처음 하는 사랑 이랬잖아요. 달과 별, 비, 계절, 꽃, 나무 다음으로 사랑하는 타인은 당신이 처음이라고요. 처음 하는 사랑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속이 무척 쓰립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당신은 없어요. 이 사실이 나를 너무 얼마나 아프게 하고, 비참하게 하는지 아세요?
노력하지 않아도 갖고 싶은 건 모두 가졌었어요. 성과를 내야 하는 일에도 노력으로 안 되는 일 따위는 내게 없었고요. 그렇게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질 수 없는 게 세상에는  분명 존재한다고 가르쳐주시지 않은 부모님께 화살이 날아가면 안 되는데... 자꾸 에먼 사람들에게 화살이 향하고 있어요. 그 화살촉은 나를 향해야 하는데 말이죠. 나 어떡해요..
당신이 내 마음 여기저기서 자꾸만 걸려요. 초반에는 걸려도 풀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요, 걸리면 풀어야 할 이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스스로 더 얽히고자 애쓰는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어요. 진짜 나 어떡해요....?
마음과 머리가 하는 일이 이렇게 다른 지 몰랐어요. 내 머리보다 내 마음이 훨씬 더 힘이 센가 봅니다.  마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마음대로 안 돼서, 서서히 말라죽어버렸으면 해요. 그 방법밖에 없잖아요. 당신은 내 마음이 죽길 바라고, 내 머리가 이기길 응원하세요.
사랑하는 이에게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나의 입장을 이해하지 마세요.(반어법이에요^^)





어떤 감정은 순식간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지만, 어떤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있어요.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이 그래요. 마치, 창문을 열어둔 방에 틀어놓은 에어컨 같아요... 의미 없는 일이죠. 그 에어컨이 바로, 나예요. 당신을 향해 나의 온 에너지와 동력을 써가며 사랑하고 있어요.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여름을 무슨 수로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겠어요. 쉬지 못하고 작동한 탓에 고장 나기 시작하겠죠. 결국 닳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뿐. 그렇게 에어컨은 고장 나고 버려질 운명이에요. 당신을 향해 온 마음을 쓰고 작렬하게 죽음을 맞이한 영광의 흔적을 가슴에 붙이고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폐기물 수거업체를요.
썅. 내 손끝에서는 나온 모든 문장들이 죄다 슬프고 아프네요. 아주 그냥 손가락을 분질러놔야겠어요. 쓰지도 못하게요..(다중인격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오고 싶었어요..
해서, 어제 그 근처를 어슬렁 거리다 결국 쓸데없는 쇼핑만 한 거석하고 왔어요.. 당연히 당신은 볼 수 없었고, 당신을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는 부푼 희망도 함께 사라졌어요. 풀이 한껏 죽어 쇼핑백만 들고 집에 돌아왔어요.....

한 시간만 빼서 나 보러 와주면 안 되나요?
길지도 않고, 멀지도 않아요..
당신이 먼발치에서 내 무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날 보러 온 당신을 내가 볼 수 없게 말이에요. 당신을 보면 물불 안 가리고 당신에게 가려할 내가 너무 빤하니까요.  그러니 몰래 날 보고 가시라고요... 날 보고 가시고, 다음에 만나면 '잘 봤어요'라는 한마디면 나는 그걸로 몹시 행복할 거 같아요.


소식 들으셨어요??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네요. 당신을 보러 가는 날에 비가 마구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날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죄다 볼 수 있는 날이 될 테니까요. 내가 가는 날, 비가 올 적에는 길바닥에서 기다리지 마요. 그런 당신을 보고 너무 좋아 기절할지도 모르니까요... 윽,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파요.  너무 좋아서 말이에요^^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 달려가 안아버릴지도 몰라요. 그러니 비 오는 날에 날 마중 나오시려거든,  각오하세요. 용기가 없어 그러지 못할 나지만요, 비가 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지 모르니까요. 나도 나를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당신은 요즘 어떤가요? 잘 지내세요? 아픈 데는 없고요?
다이어트는 성공하셨나요? 또 실패하고 여전히 반주를 즐기고 계시려나요? ^^ 와앙하고 밥 떠서 입에 넣는 모습이 떠올라버렸어요. 윽.. 보고 싶어. 그런데 당신은 다이어트 안 하셔도 돼요. 지금도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 멋있어요....^^  
응? 아니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다이어트하셨던 겁니까ㅠㅠ 에라, 순뻥쟁이. 나밖에 없다 하셨잖아요!!!!  사적인 작가는 나뿐이라면서요. 역시... 옛말은 틀린 말 하나 없나 봅니다. 못생긴 놈은 꼴값하고,  잘생긴 사람은 얼굴값 한다는 말이요.. 개썅.. 내가 진즉에 알아봤어야 했어요. 당신이 자꾸만 정신 못 차리게 다정히 대해줄 때 풍객, 풍류인, 바람둥이에 관한 책들을 읽어봤는데요, 당신이랑 아주 비슷했어요!!!!!!!! 아니, 똑같았어요!!! 물어보면, 또 아니라고 학을 떼시겠죠? 나는 또 속을 테고요?? 그렇게 예쁘게 눈꼬리 내리며 아니라고 말하는데 어쩌겠어요.... 나는 또 속수무책으로 믿어줄 수밖에요.. 에라이, 염병할. 당신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당신 두 번만 사랑했다가는 다혈질이 되고 말 거예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어요.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순하고, 조용하고, 얌전했어요... 아마도요. 그런데 지금은 성격파탄자가 되어버린 듯해요. 이게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진짜예요! 증명할 순 없지만, 나 온순했단 말이에요...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는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내는 중이에요, 그런데 꿈꿔왔던 일들이 어째서인지 신이 나질 않아요. 재미가 하나도 없고요. 책 내는 일도, 강연도, 독자들과 만나는 일도 죄다 흥미를 잃었어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모조리 무의미해졌어요.
당신한테 가고 싶어서요...
온통 당신에게 갈 생각만 하거든요. 당신 옆으로 가고 싶어요. 반겨주지 않으시겠지만.... 그러고 싶어요..
너무 오래 당신을 보지 않아 나타나는 부작용인가 봅니다.
힛,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