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문득, 느닷없이 찾아왔다.
계절이 바뀌고,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실려
낯선 향기하나가 물밀듯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그리움이었다.
그를 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움은
내 안에서 점점 자라고 있다.
새로 들어온 바람 한 점이 그리움을 밀어내주기를..
#눈길 끝에는 관심이
10번 중 8번은 그가 먼저 나와있다.
고운 치열을 드러낸_ 안 그래도 웃상인 얼굴이 웃음을 만들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런 그에게 가볍게 고개만 까딱 움직여 답인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고 와^^"
"웅 엄마도 일 잘하고 와요"
내 품에 포옥 안긴 후 유치원 차량에 올랐다. 그의 둘째 차량은 아직 오기 전이었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기다렸다 같이 가야 하나...'
고민도 잠시, 나와 첫째는 먼저 등굣길에 올랐다.
"와~~ 치사합니다. 진짜"
"에??"
뛰어온 건지, 그와 그의 아들은 내 뒤로 바짝 와있었다.
"그게... 버스 놓칠까 봐서요"
"난 맨날 기다려줬는데..... 어???? 안불편하세요????"
"네??????"
"옷 안불편하시냐고요"
"아뇨????? 괜찮은데요? "
"옷, 거꾸로 입었어요"
급하게 나온다고 제대로 확인을 못했던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목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목 뒤에 있어야 할 단추가 목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두 아이 챙기면서 출근 준비하느라 옷을 거꾸로 입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쪽팔렸다.
원래 이렇게 디자인해서 나온 옷이라고 우기려 했지만, 아이들이 보고 있어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질 못했다.
"티.. 많이 나요??ㅠㅠㅠ"
"네^^* 차라리 단추를 푸는 게 나으실 거 같아요"
그의 말에 단추를 풀었고, 다시 등굣길에 올랐다.
"엄마! 실수는 해도 괜찮아^^ 다음에는 거꾸로 입고 다니지 마"
"그럴게^^;;"
아들의 말이 웃긴 건지, 아들의 말에 수긍하는 내 대답이 웃긴 건지 그는 또 소리 내 웃었다..
'썅. 진짜. 이 정도면 돈이라도 받아내야 하는 거 아닐까? 나 때문에 얼마나 웃는 거야!!'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어요 ㅋㅋㅋㅋㅋ 덕분에 오늘도 웃고 가네요"
"칭찬인 거죠?"
"물론입니다^^"
고운 치열이 더욱 도드러지게 웃어 보였다.
"아저씨! 우리 엄마 놀리지 마요. 엄마 아프단 말이에요"
"어디가?"
"밥 많이 먹어서 체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미친 소화력을 자랑하는 내가 체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았고, 소화제를 먹었음에도 별 차도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바늘로 손가락을 땄지만 나아지질 않았다.
"지금도 불편하세요?"
"좀 괜찮아요"
"병원 가보시지 그랬어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교문 앞에 다다랐고, 두 아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합을 마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교문에 들어섰다.
"저 오늘은 옷도 바로 입어야 해서 먼저 달려갈게요"
"그러세요^^ 나중에 봬요^^"
"네. 나중에 봬요"
오늘은 뛸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당분간 출근복장으로 치마는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한 관심

둘째 하원하는 시간보다 5분 일찍 나왔다. 역시나 그가 먼저 나와있었고, 나를 보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하얀 봉다리를 내게 보여주고선,
"약국에 얘들 영양제 사러 간 김에 생각나서 샀어요. 체한 건 좀 어때요?"
"아..... 괜찮아요.."
그는 봉다리에서 병에든 소화제 하나를 집어 들어 뚜껑을 열어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아서 손에 쥐고 있는데 알약까지 두 알 꺼내주었다.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약을 사다 준 성의가 감사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알약을 잘 먹지 못한다. 손바닥에 알약 두 알을 받고서, 한 알만 입에 넣고서 마시는 소화제를 벌컥벌컥 마셨다. 넘어가지 않았고, 다시 마시기를 반복하여 한 병을 다 마시고 나서야 한알을 겨우 삼켰다. 나머지 한알이 문제였다.
"알약 잘 못 드세요..........?"
"아뇨! 잘 먹는데 목에 걸였어요"
"그럼 이거 다 마시지 말고, 알약 삼키고 버려요"
그는 다시 마시는 소화제 뚜껑을 따서 내게 내밀었다. 긴장이 돼서 잘 못 삼킬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슬픈 예감은 잘 빗나가지 않았다. 알약을 입에 넣고 삼키려 했지만, 한병 다 마실 때까지 삼키지 못하고 입에서 녹고 있었다.
"윽 ㅠㅠ 못 먹겠어요 ㅠㅠㅠㅠㅠㅠ"
"여기, 여기 뱉아요"
병뚜껑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너무 써서 뱉었다.
썅.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에 몹시 창피했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을 정도로.
그의 둘째 유치원 차량이 먼저 도착했고... 그는 내게 봉다리를 주었다.
"알약 들고 가서 드세요"
"감사합니다.."
"내일 봬요"
"네"
썅썅썅.
아니, 누가 약 사달라 했냐고..
당분간 그의 얼굴보기 민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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