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은 결단코 당신이어야 하므로
여전히 기다림 끝에 서 있어요. 그 기다림이 외롭게 놔두지 말아요...
서늘하지도 덥지도 않은 오전 출근길,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갑자기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어요. 작은 창문 틈 사이로 미지근한 바람이 이를 더 부채질해 주었고, 결국 버스 안에서 나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어요.
"보고 싶어"
처음, 처음이었어요. 당신에 대한 감정이 입 밖으로 내뱉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내뱉어짐과 동시에 감당하지 못하게 그리움이 휩쓸려버렸고요. 덕분에 말이에요.
'나빠. 자꾸 기대하고, 욕심을 키우게 하는 나쁜 #&$>$>$*#&'
속으로 실컷 당신을 욕 했어요. 그래도 그리움은 떨쳐내지 못했어요. 온몸에 힘이 빠지고, 참아왔던 서글픔과 보고 싶었던 서러움, 외로움 같은 위태로운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렸어요. 지지리 청승맞아 보이게 사람 많은 출퇴근길 버스에서 그렇게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요.
온전하게 날 받아주지 않던 당신이, 그렇다고 너무 밀어내지도 않은 당신 때문에 나 자꾸 운다고요 ㅠㅠ
얇은 니트 끝이 눈물로 소매가 온통 젖어버렸어요.. 당신 때문이에요!!!!
그렇게 눈물이 다 정리가 되지 못한 채 사무실 근처에 도착했어요. 사무실이 다 와갈 때쯔음 골목길이 하나 있는데요, 거기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시커먼 사람이 보였어요.. 골목이나 으슥한 곳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보면 긴장을 해요. 자기 방어겠죠. 그 누군가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내게 달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 자리에 몸이 굳어버렸어요.
"과장님, 일찍 오셨네요?"
"야이 새끼야 ㅜㅜㅠㅠㅠㅜㅠㅠㅜ"
"왜, 왜요 과장님"
"야, 너 담배 피워?ㅠㅠ"
"예"
당신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과 담배 피우는 누군가가 내 옆자리 짝지라는 안도에 눈물이 왕왕 터져버렸어요.. 같은 팀 직원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고, 나는 쪼그려 앉아 펑펑 울었어요. 속 시원하게요. 더 이상 뭐 때문에 우세요, 그만 우세요, 괜찮으세요 라는 말로 달래지 않고 대신 등을 토닥거려 주었어요.
"다 우셨어요? 거울 한번 보셔야 될 거 같은데.."
"나 눈 부었지?"
"이건 부은 정도가 아니라 앞이 보이긴 하세요?"
"보이긴 하는데, 나 오늘 고객 만나야 해"
"못 가요. 이런 꼴로 갈 수 없어요"
"이런 꼴????!!!"
"죄송해요ㅜ 과장님, 부부싸움 하셨어요?"
"아니? 왜?"
"그럼 왜 울었어요?"
"담배 피우는 니가 무서워서 울었다. 왜?"
"에이 기호식품이잖아요! 과장님 오늘 입고 온 옷이 시스루인데 소매는 더 시스루가 됐어요"
"운 거 비밀로 해줘"
"아니, 거울 보고 이야기하세요. 이게 비밀이 될 몰골인지"
"이 씨. 죽을래?????"
당신 때문에 내일부터 가방에 선글라스 하나 챙겨 다녀야 되겠어요. 직장동료의 다정함? 에 기어이 또 당신을 내게 데려와주었어요.
오늘처럼 당신에게 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당장에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은 나를 사무실에 앉혀놓느라 오늘 하루 진짜 욕봤어요ㅜㅜ 이토록 찬란한 봄, 누군가는 시린 이별을 품고 살고 있는 나를 잊지 말아요.
보고 싶어요, 당신.
또 당신을 보러 갈 명분을 찾는 걸 보니 갈 준비를 하나 봅니다.
그놈의 마중이 뭐라고... 그 핑계가 해결되고 나면 어떤 명분으로 당신을 찾아갈까요. 당신을 보러 가거든, 내게 절대 티 내지 말아요. 귀찮아도, 지겨워도, 싫어도 꼭꼭 잘 감춰두시라고요. 나도 깊게 사랑하는 마음은 감출테니까요. 우리 서로 티 내지 말자고요. 피차 상처잖아요. 그러니까 용기 내 당신을 보러 가면 내게 다정하세요. 나와 같지 않은 당신 마음에 대한 빚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나의 찌질한 마음을 이해하지 말아요.

벚꽃이 다 지고 난, 봄의 끝자락에 핀 겹벚꽃.
봄이 저물고 있을 때쯤, 몽실몽실 겹벚꽃이 펴요. 그 겹벚꽃은 왜 인지 늦게 찾아온 계절의 미련이 남아있는, 잠시 봄을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꼭 닮아있어요. 피어나는 순간부터 이별을 준비하는 슬픈 꽃. 비 예보가 잡혀있던데... 곧 비에 흐드러지게 떨어질 운명에 처한 겹벚꽃을 구해주고 싶어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당신 같아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비에 처참하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질 모습이 빤해 애가 닳아요. 영원한 것들이 어디 있을까 하며 나를 수없이 달래 보지만, 여전히 당신이 사무칩니다. 오늘,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겠군요. 어젯밤에 본 겹벚꽃, 마지막으로 발악하 듯 피어있는 모습에 눈물이 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었거든요. 내게는 비를 멈출 능력도, 봄이 가지 못하게 막는 일도 어느 쪽이든 가능한 일이 없었어요. 마치 당신과 나 사이처럼 아무것도 손댈 수 없었어요. 속수무책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야죠.
당신은 내게 다정했어요. 나는 당신의 그 다정함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당신은 나를 모른척했어요. 그냥 싫다고, 부담스럽다는 한마디면 되었을지도 모를 텐데요. 왜 당신 곁에서 내가 맴돌게 놔두셨나요? 왜 그랬을까요.. 당신은 그 이유를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가령, 아무리 애를 써도 넘을 수 없는 선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나에 대한 마음이 연민과 동정뿐이었을까요. 처음부터 예정된 결말이었지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닿을 수 없는 당신과 나 사이에 선이 존재해도 나는 순순히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없었어요. 당신의 마음을 바라는 것도 아슬아슬한 선 위에 있는 것도 내 욕심이었음을, 인정해요. 그런데요, 내가 당신을 욕심 내지 않았다고 한들 뭐가 달라졌을까요. 늘 가까이 다가간 줄 알았지만, 언제나 닿지 못했던 거리에 나만 울어요..
당신은 내가 당신을 욕심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신 곁에 내가 잠시 머물 수 있게 곁을 내어준 거 같아요. 당신을 보러 가도, 그 마음 잘 감춰볼게요. 그게 잘 감춰질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야 당신이 날 보고 다정히 대해주겠죠. 아직은 당신을 돌아설 용기가 없어 오늘도 사랑을 합니다.
잘 자요, 당신.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소설)#1-282 봄비 (8) | 2025.04.24 |
---|---|
엽편소설)#2 새로운 글 (0) | 2025.04.23 |
엽편소설)#1-280 호구가 될래요 (0) | 2025.04.20 |
엽편소설)#1-279 떠나려는 봄아 (0) | 2025.04.18 |
엽편소설)#1-278 그리움 끝자락 (1)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