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이 건조한 날씨로 산불위험 경보가 여전히 '심각'단계이다. 하여, 경남 사천시를 대표하는 봄축제 선진리성 벚꽃축제가 일주일 연기 되어, 4월 5일, 6일로 축제 일정이 변경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 도로변에 벚꽃이 지고 있다. 환하게 주위를 밝히던 연분홍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양지에 있던 나무는 벌써 싱그러운 연둣빛 새싹을 틔우고 있었으며, 그 잎으로 나무의 반을 덮었다. 벚꽃을 보고 있자니 꽃잎이 흩날린다는 표현을 벚꽃을 보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얇고 작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조용히 하나둘씩 떨어졌다. 벚꽃이 지는 건 못내 아쉬웠다. 핀 김에 더 피어있으면 좋으련만, 뭐가 그리 급한지.. 일 년에 고작 2주는 너무 짧잖아...

그리하여, 지는 벚꽃이 슬퍼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올해 벚꽃을 배웅해 주러 가자고 했다. 축제 기간이 끝난 뒤, 어제(8일)였다. 아이들은 꽃을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하고 싶었다. 학원 마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태우고 우리는 사천 선진리성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렇게 계획에 없던 올해 마지막 벚꽃에게 '잘 가' 인사를 전해주러 내달렸다. 가는 길에도 온통 벚꽃 잎은 바람에 날려 창문에 쉼 없이 떨어져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는 꽃을 떨어뜨리는 벚나무가 얄미워졌다.

바람 한 번에 수두룩 떨어지는 벚꽃 잎은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분명, 봄이 가고 있었다. 봄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많이 핀다. 그럼에도 봄을 대표하는 꽃이 벚꽃인 이유는 꽃의 생명력이 유난히 짧기 때문이다. 봄바람에 찬란한 꽃비를 뿌리며 엔딩을 알리는 모습에 울컥했다.
"엄마! 또 왜 울어??"
"벚꽃이 떨어져서 눈물이 나"
"엄마, 울지 말고 내 말 들어봐. 꽃이 떨어져야 잎이 나와요. 새로 나올 얘들이 꽃잎 뒤에 기다리고 있어"
첫째의 위로로 내게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핑크빛 설렘이 지나가고 초록잎이 돋아날 것이다. 무언가의 끝은 또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니까.


벚꽃들은 금방 졌다. 슬픈 마음도 시간 속에 졌다.
그러나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은 떨어지던 잎이다. 꽃은 지는 모습도 아름답구나를 알게 해 주었으니... 나풀나풀 내 머리에도 발걸음에 흩날리며 지는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내 아이들은 봄의 벚꽃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봄의 모퉁이를 지나면서 소리 없이 피었다 덧없이 사라지는 벚꽃 같은 인생을 조용히 생각해 봤다. 그러고 물었다.
"**야, 네가 볼 때 벚꽃은 어때??"
"엄마가 좋아하니까 나도 그냥 좋아. 내가 떨어지는 꽃잎 잡아올게!"
둘째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사또밥이랑 똑같이 생겼어. 배고파ㅠ"

갑작스레 배가 고프다며 우는 둘째로 급하게 또 내려갔다. 엄마 닮아 먹보인 게 분명하다. 잔뜩 뛰어놀았던 탓이었겠지. 떨어지는 벚꽃을 잡아 소원 빌고, 개미도 보고, 청설모도 보고, 술래잡기도 하고.. 학원 마치고 늘 간식을 챙겨 먹었던 아이라 허기를 참지 못하고 금방 울음을 토해냈다. 덩달아 나도 마음이 불안해졌다. 점프슈트 입었던 터라 가슴을 만지겠다고 트집 잡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둘째는 기꺼이 약속은 지켜냈다. 기특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서야 울음을 그쳤고, 배고프다는 시위가 잦아들었다. 날은 따뜻했고, 아이스크림은 금방 입속에서 사라졌다. 결국, 회오리 감자를 사고 나서야 아이들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차로 향했다. 벚꽃을 제대로 보고 온건지, 아이를 보고 온건지 모르겠으나 지는 벚꽃에게 내년에 보자는 인사를 할 수 있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렇게 이른 봄 유난히 화려하게 피어난 벚꽃은 바람에 나부끼며 봄의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창문으로 계속해서 부딪혔다.
봄날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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