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을 잃은 그리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던 당신을 내가 무척 좋아합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요, 어릴 적 크리스마스 날에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기다리던 그날처럼 설레고 심장이 마구 두근거려요. 당신은 내게 그 선물보다 더 선물 같으니깐요.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요, 마치 성에 갇힌 왕자를 구하러 가는 여전사의 마음으로 계단을 오릅니다. 사실은요, 저 무릎이 많이 아프거든요. 엘리베이터는 무섭고, 계단은 굉장히 지저분하고, 무릎은 무지 아파요. 그래서 매번 큰맘 먹고 계단을 올라요. 모르셨지요? 내가 그동안 당신을 늙었다고 하도 놀려서 아프다는 소리를 못했어요. 나도 같이 늙고 있다고 하실까 봐서요.. 이번엔 갈 땐 무릎에 파스 한 장 붙이고 가야겠어요. 아참, 전에 내게 파스 안 붙이냐고 물으셨지요? 사무실에 고객의 소리라는 작은 우편함이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친절의 온도를 나타내는 그래프 같은 것도 같이 붙어있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친절 온도가 내가 제일 높아요. 우편함에 처음으로 저에 대한 불만 글이 있더라고요.. ㅋㅋ
<전에는 좋은 향기가 났었는데, 지금은 파스 냄새가 지독합니다. 시정해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새낀지 잡히면 죽여버릴 겁니다.
아직 누군지 몰라 죽이지 않았습니다만,
누가 저렇게 써놓고 토꼈을까요..ㅋㅋㅋㅋ
생각할수록 열받아요!!!! 혹시 당신은 아니겠지요ㅋㅋ
매번 고객님들의 글씨체를 유심히 봅니다.
잡으려고요....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어디 아픈 데는 없고요?
나는요, 당신이 진짜 너무너무 보고 싶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는데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밥은 잘 먹고 있어요. 새참에 간식까지, 그뿐이게요? 야식도 아주 알차게 챙겨 먹고 있어요.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사랑은 밥 안 먹여줘요. 내가 하는 사랑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밥맛도 너무 좋아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말 중에 하나가 입맛 없다, 밥맛 없다는 말이에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이해한 적 없는 문장이에요. 아주 야무지게 끼니를 잘 챙겨 먹는데요, 그런데도 살이 자꾸만 빠지네요. 큰일이에요. 살이 빠져서 더 조그맣게 보이거든요... 당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뭔가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헛헛함을 채울 수가 없어요.

언제나 그러하듯, 여전히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의 연속이에요. 밤은 무척 길고요, 새벽은 위험하지만, 어떻게 또 잘 견뎌내면 해가 뜨겠지요. 해가 밝아오면 나는요, 또 괜찮은 척을 해요. 그 틈엔가 예고 없이 찾아온 당신을 사랑하느라 애 많이 쓰고 있겠지요, 무진장말이에요.
10시부터 아빠다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글을 써요. 그러다 알람이 울리면 글쓰기를 멈추고 잘 수 있는 약을 꺼내요. 그리곤 짧은 고민을 해요. 술을 마실지, 아니면 약을 먹을지를요. 오늘은 약을 먹기로 했답니다.
약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이불속에 머리끝까지 쏘옥 들어가요. 보드라운 촉감이 몸에 닿으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몸에 바른 바디로션과 샴푸 냄새가 서로 뒤엉켜 이불 안에 갇혀서 날 감싸 안을 때면, 내 몸에서 당신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나에게서 당신의 향기가 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목매고 당신에게 목마르고 그리고 당신을 사랑해요.
나요, 당신 보러 가면요, 다짜고짜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을 먼저 꺼낼까 봐 걱정이에요. 한순간도 당신이 사랑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고, 숨 쉴 때마다 당신이었고, 내가 마신 모든 공기가 그냥 당신이었다고 말이에요.

꽃피는 계절에는 꽃잎으로,
유난히 장마가 긴 계절에는 비로,
시린 바람 부는 계절에는 바람으로,
눈 내리는 계절에는 눈으로,
그 무엇으로도 당신을 찾아갈게요.
꽃잎 되어 흩날리면 당신 가는 길마다 꽃길 만들어주고,
비가 되어 내리면 당신의 모든 슬픔 씻겨주고,
바람이 되어 당신의 머리를 어루만져보고,
눈이 되어 당신의 넓은 어깨에 살짝 기대어볼게요.
어떤 모습으로든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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