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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17 타임머신을 타고


#그리움이 또다시

1년만 지나도 변할 거야. 단연코.
난 호언장담했다.
내가 하는 사랑은 어느 누가 알아서도 안 되는_ 몰래하는 사랑이어서 쉽게 마음이 돌아설 거라 생각했었다.
혼자 하는 사랑이어서 한 때 지나가는 바람처럼 곧 지나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우습게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살게 한다.


#그리움이 일렁인다

깊은 밤, 창가에 드리운 별빛하나,
바람의 한숨 속에 그리움 일렁인다.
그댈 뒤돌아선 길 위엔 눈물만 맺혔다.

칠흑 같은 밤, 하늘에 띄워진 마음하나,
은하수 물결 속에 그대 얼굴 비치네.
그댈 향한 그리움만이 일렁인다.

달빛 끝자락에 걸린 아련함이,
눈 감으면 손끝에 닿을 듯 사무치네.
텅 빈 가슴에 달빛의 그리움이 일렁인다.


"악어고기 드셔보셨어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당신은 내가 야만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거 같은데 맞죠? 그렇죠?
걱정 말아요, 당신은 절대 먹지 않을 테니.
나도요, 먹는 것만 먹어요. 아무리 먹는 거 좋아하는 나라도요, 이상한 건 안 먹고요! 맛있는 것만 먹어요. 당신이 입이 짧고, 비위가 약한 거 알겠어요. 인정할게요. 그러니 당신도 인정하세요. 나는 이상한 것만 먹는 야만인이 아니라 그저 육식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 사람일 뿐이라고요.
그거 알아요? 당신이 내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사실을요. 어린 당신이 비엔나소시지 반찬을 담은 도시락을 메고 국민학교 가는 모습이 상상이 가서 하루에도 몇 번씩 피식 거리며 웃게 돼요. 내가 물었지요? 그럼 당신은 어렸을 때 뭐 먹었냐고요. 당신은 김하고 밥 먹었다고 대답했잖아요. 그렇게 먹는 어린 당신이 계속 떠올라 하루종일 내 머릿속에서 밥에 김을 싸서 먹는 모습만 무한재생되고 있어요. 미치겠어요.... ㅎ
어렸을 때 당신의 어머님이 하셨다는 분식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로소 내가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생기면 그 분식점에 있는 당신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얼마나 어린 당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림잡아 당신이 고등학생이라고 치면 나는 초등학생쯤 되겠지요? 그 분식점을 찾아간 초등학생인 나는 혼자 분식을 10인분을 먹고 계산을 하고 오는 거죠. 매일 말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요. 매일 어마어마한 양을 먹고 가면 당신 어머니는 내가 신기해하실 것이고, 신기한 일을 막내인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셨겠죠. 그러면 언젠가는 당신이 내가 매일 와서 먹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고, 그런 당신이 내게 물으면 그때 내가 아주 솔직하게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다^ㅡ^ 서른여덟 인 내가 당신이 너무 좋아 과거로 왔다고요. 먼 길을 돌아왔으니 당신은 무조건 나랑 결혼해야 되는 운명이라고요. 그러면 착한 당신은 초등학생인 나와 결혼을 약속하지 않을까요? 어때요. 너무 완벽하지 않나요. 너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셨지요? 아무렴 어때요. 어찌 되었던 어린 당신과 만나기만 한다면, 당신을 꼭 내 사람으로 만들 자신이 있는걸요. 당신은 어렸을 때도 분명 착하고 좋은 사람일 거니깐. 날 내치지 못하겠죠. 맨날 당신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안아달라도 징징거리고, 보고 싶다고 울어대면 분명, 당신은 날 봐주겠죠? 맞아요^^ 거머리 작전으로 당신에게 붙어있을 생각입니다.
너무 완벽한 작전에 아주 뿌듯합니다. 이제 타임머신이 만들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면 되겠지요? 꼭 그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 말고 나랑 사랑하자고요. 꼭이에요. 저 성격 아주 더러워요. 사랑 안 받아주면 분식점 맛없다고 소문내고 다닐 거고요, 깽판도 칠 겁니다. 그리고 아빠한테 다 일러줄 거예요. 당신이 날 안 좋아한다고 말이에요. 초등학생이라고 얕보면 안 됩니다. 저 초등학생 때 엉뚱한 생각 많이 한다고 여러 선생님들이 골 아팠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도망갈 생각하지 마십시오. 도망가다 잡히면 당신 아마 내 손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도망가면 내가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할 겁니다. 그러니까 도망가지 말고 순순히 내게 오십시오. 약속하십시오. 어쩔 수 없습니다.  분식점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 초등학생이 오면 '내가 저 초딩이랑 결혼할 운명이구나' 하고 순순히 내게 와요.
내가 잘하겠습니다^^  당신이 날 사랑한 걸 평생 후회하지 않게 할게요. 약속하는 겁니다.
이로써 약속이 성사된 걸로 알고 나는 이만 두 발 뻗고 행복한 상상 하며 자도록 하겠습니다. 잘 자요, 당신.
오늘부터 나의 소망은 타임머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