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스스로가 우스워 보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누군가의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나를 보며 답답해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애정에 굶주린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받는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 또한 결코 아니다. 다만, 그를 만나고부터 감정의 파도타기에서 내려오지 못한 느낌이다. 분명한 건, 나에게 그는 '첫' 사랑이다. 사랑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적어도 내게 사랑은 그렇다. 꼴랑 처음 한 사랑에 사랑을 아름답지 않다고 정의 내리는 건 적절치 않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이성과의 사랑' 감정은 내 삶에선 이걸로 끝이 분명하기에 가능하다 생각한다.
되짚어보아도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의 부드러운 말투와 차분한 눈빛과 행동이 이상하게도 나를 사로잡았다. 그걸 알고부턴 나는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내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는 나를 더욱 어려운 길로 인도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길을 잃은 기분이다.
때때로 그의 애매모한 행동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캐물을 수도, 따져 물을 수도 없다. 그의 무관심 속에서 나는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같다.
이 사랑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의 작은 미소 하나에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보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를 사랑할 수밖에.
#와장창
"사적으로 따로 만나는 작가 있어요?"
"아뇨. 아....! 한번 있었어요. 같이 골프 쳤어요"
"아........"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잘 못 봤구나. 배려 없는 사람이었구나' 적어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솔직함이라는 장점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단점이 더 부곽 되지 않나???
썅.......
"스크린 골프 쳤어요. 남자예요"
급한 성미를 가진 내 탓이었다. 괜히 속으로 욕한 내가 미안해졌다. 그는 생각보다 말과 말 사이에 틈을 두고 말하는 타입이었다. 한 주제에 내용에서 문장이 끝나고 그다음 문장을 쉬지 않고 바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는 한 템포 쉬고 이야기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 생각으론 몸에 베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착한 심성이 그를 그렇게 만든 듯싶었다. 모든 대화에 그 틈이 있었고, 나는 그의 그 틈에서 여유를 본 듯싶었다. 그의 한 템포 느린 말에 내 마음에 누군지도 모를 질투로 채워지다가 한꺼번에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말과 말 사이의 틈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운전에도 분명 틈이 있었다.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겁도 많은데 운전대만 잡으면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서 운전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꼭 난폭하게 운전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는 운전할 때도 바른 상활 사나이였다. 운전대만 잡으면 목적지까지 빠르고 신속하게 가는 택시처럼 가는데, 그는 운전하면서도 여유가 있더라. 이상한 사람이다. 정말. 나와는 결부터가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 신기했다.
그런 그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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