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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26 저주



#비가 내린다
그에게 내 저주가 통했을까? 비가 내리거든, 그를 여전히 못 잊어 목놓아 우는 내 맘이라 생각하고 미안해하라는 내 저주. 그는 내게 미안해했을까? 그 저주를 핑계로 날 생각했을까?

#무해한 사랑
그를 향한 내 사랑의 이름은 '무해한 사랑'이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이고, 외사랑이며, 무해한 사랑이다. 한없이 무해한 그에게 무해한 것들만 주고 싶다. 예컨대 떳떳이 사랑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을 말이다. 선한 눈매에 깨끗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진 그의 눈이 생각난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타인을 대하는 그가 생각난다. 남들이 부르면 군말 없이 달려가는 사람. 덧붙여 누군가 도움이 필요로 하면 두 팔 걷고 다가가 상냥하고 친절하게 해결해 주는 사람. 게다가 항상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자세와 행동으로 말이다. 난 그런 그가 몹시도 좋다. 나에게만 향하는 친절이었음 더 좋았을 테지만, 그게 그의 성품이고 품행이라 나는 그를 동경하고 사랑한다.
물론 그의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 내가 이쪽 면만 보고서 집요하게 상상력을 부풀리다 보니 그것이 곧 그 사람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치곤 너무 그는 순수하고 무해한 사람이라는 거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를 괴롭히고 싶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만, 변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답받은 바 있다. 올바르고 순수한 얼굴의 그를, 나로 인해 일그러지는 표정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처음, 맨 처음 나로 인해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처음 보았을 때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름에 굉장히  큰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얼굴을 또 보고 싶다. 바르고 순수한 얼굴의 그를 내가 일그러지게 만들고 싶다.
그냥, 그냥 어떤 모습이든 그가 너무도 보고 싶다.
이번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헛헛한 마음과 그리움 마음과 나에게서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들이 서로 뒤엉켜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분명한 건 그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