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는 날에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 차분함 속에서 기분은 묘하게 좋다.
나는 비를 굉장히 좋아한다. 오늘은 빗소리가 유독 강하게 들린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나는 그의 차 안에 그와 둘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날씨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단둘이 말이다.
편집장님이 우산이 없는 날 데려다주는 길이었고, 앞만 보며 운전에 집중하는 그에게 고백을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용기가 생겼고, 고백을 시작했다.
"과장님, 저 할 말이 있어요"
대답 없이 날 쳐다보는 그의 얼굴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그의 배려를 볼 수 있었다.
"저... 과장님 좋아해요!! 아주 많이요"
내 고백에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차마 볼 수 없었다. 나는 애꿎은 내 손만 만지작 거리며 내 손만 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편한 과장님에 대한 마음이 단순히 호감인 줄 알았어요. 그러고 과장님 배려에서 묻어나는 과장님 연륜을 동경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장님을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ㅠㅠ'
눈물이 났다. 죄송할 일도 아닌 걸 아는데 사과하는 내가 너무 찌질 해 보였다. 이미 그의 차는 우리 집 앞 갓길에 도착해 비상깜빡이만 켜놓은 상태에서 와이퍼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빗속에서 그의 차는 멈춰서 있었다.
아무 반응 없는 그가 갑자기 분주히 무언가를 찾는 게 느껴졌다. 곧 티슈를 내게 건넸다.
그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울어서 미안한 얼굴인지,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서 내비친 미안함인지 그의 얼굴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하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그의 첫마디는 "괜찮아요?"였다.
질색팔색 정색하며 싫어하는 반응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나는 끄덕이고 더 내 고백을 이어나갔다.
"제가 하는 고백은 과장님이 제 마음을 받아달라는 고백이 아니에요. 그냥 제가 과장님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기억만 해주셨으면 해요. 제 사랑이 과장님 기억 속에 머물러 과장님 삶이 힘들 때 절 꺼내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뿐이에요.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결국 내가 한 고백에 또 울고 말았다. 뭐가 이리도 슬픈 걸까?
역시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또 분주히 움직이는 그가 느껴졌다. 휴지를 건네겠구나 싶었는데 말없이 내 등을 토닥토닥해 줬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으세요?"
괜찮지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그는 말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위로 밖에 없네요" 그의 표정에는 저 말이 진심이었다. "괜찮아요"라고 나는 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무 말 없이 빗소리에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제는 내릴 때라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보러 가지 않을게요. 과장님 불편하실 테니깐.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면 다시 그를 못 볼 거란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이니 용기를 한번 더 냈다.
"한 번만 안아주면 안돼요?"
그는 어색하게 웃었고, 작게 끄덕였다.
구두를 벗고 그의 운전석으로 넘어갔다. 그는 내가 편히 안길 수 있게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당겨주었고 무릎 위에 올라오기 편하게 다리도 오므려주었다.
내 체온과도 같은 비슷한 그의 온도만으로 내게 위로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목을 끌어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에 좀 더 그의 향은 진하게 나의 코를 자극시켰다.
목덜미에서 얼굴을 떼고 그에게 물었다.
"무겁죠?" 그는 대답을 좀 잘 안 하는 듯?? 도리도리로만 대답하는 그였다. 포개어 안은 탓인지 그의 얼굴이 생각보다 가까웠고, 나는 내뱉었다. 마지막이니깐. "키스해도 돼요?" 그가 먼저 내 입술에 포개었고, 그의 혀가 들어오자 나는 그의 귀를 잡고 키스하게 편한 자세로 만들었다. 호흡이 빨라졌고,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키스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다리사이에서 그의 아랫도리는 묵짐함으로 존재를 알렸다. 입술은 뗀 사람은 나였다. "과장님 넣고 싶어요" 그는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한 채 운전을 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운전하면서 움직이는 그의 몸에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이런 자세로 운전하는 그의 모습까지 섹시했다. 주차를 끝난 듯해 보여 나는 그의 바지 지퍼를 풀려고 했으나 지퍼가 아니었다. 당황스러워서 그를 봤더니 웃고 있었다. 민망했다. 그가 엉덩이를 들어 그의 단단함을 밖으로 꺼내주었다. 내 긴치마를 한껏 올려 그의 단단함 위에 앉았다. 팬티 한 장 사이의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불기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는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그의 타액과 나의 타액은 서로 뒤엉켜 좁은 차 안은 이미 욕망으로 가득 채웠다. "과장님 상의도 벗어주세요" 내 말 한마디에 그는 상의를 훌렁 벗었고 나도 전부 따라 벗었다. 탄탄한 가슴과 어깨, 단단한 허벅지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의 몸. 실오라기 한점 없는 그와 나는 이미 이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배꼽으로 향하는 묵직한 그의 단단함은 이미 들어갈 준비를 마쳤고, 나도 이미 그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그는 바로 넣기 위해 내 골반을 잡고 움직였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 바로 들어오게 허락하지 않았다. 몸을 틀어 미끄러지게 했다. 그의 몸과 손은 다급했고, 나는 괴롭혀주고 싶었다. 그가 내 몸에 들어가기 직전에 계속 들어갈 수 없게 반복했더니 그가 날 세게 잡고 나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 우린 그렇게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 내 몸에 꽉 찬 아래쪽엔 나의 물기가 없었다면 그대로 살갗이 아팠을 것이다. "너무 깊어요 과장님" 이 자세는 나에게 너무 깊게 들어오기에 좋은 자세였다. "아파요?" 내 말에 그가 그의 불기둥을 빼려 했다.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제가 해볼게요" 기둥을 박고 있는 채로 나는 그를 등지고 핸들을 잡고 움직였다. 뒤에서 감싸는 그의 몸이 너무 따뜻했다. 나는 입에서 나오는 본능의 소리를 손등으로 막았다. 그런 내 손을 다시 운전대에 내 손을 올려주고 말했다. "소리 내도 돼요" 내 뒤에서 들리는 그의 신음소리가 섹시했다.
"과장님 신음소리가 미칠 것 같이 좋아요" 나의 직설적인 표현에 놀란 듯 보였다. 야한 말을 내뱉고 나도 민망했다. 이번엔 그가 날 돌렸 앉혔고 다시 그와 마주 보았다. 내 양쪽 엉덩이를 잡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에게 "사랑해"를 말했고, 그는 "나도"라고 대답했다. 그와 나는 이게 마지막인 걸 알고 있었다. 곧 코앞에 절정이 보였다.
"징징징ㅡ징징징"
알람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추석 준비로 새벽장을 가기 위해 나는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왔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빠르게 잠옷과 속옷을 벗고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물었다. 아직까지 내 몸에 그가 느껴지는 듯 예민했다. 꿈이었다. 자기 전에 매일 고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다 잠들었고, 결국은 이렇게 꿈에서도 고백을 하는 내가 안타까웠다.
샤워볼에 몽글몽글한 거품을 만들어 몸을 닦아냈다. 여전히 내 다리사이는 미끌거리고 있었고, 미지근한 물에 내 몸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을 빠르게 씻어냈다.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낯설었다.
야하다는 말은 나와는 결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원래 사랑을 하면 이렇게 변하는 건지, 나만 그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사랑이 처음이기에. 그러나 꿈을 통해 하나는 확실해졌다.
고백을 잘 마무리할 거 같단 확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새벽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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