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꽤나 익숙하게 그의 손은 나를 향해 거침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 또한 이끌리듯 그의 단단함을 본능적으로 찾아 손에 쥐게 된다. 나의 움직임에 그는 반응하고, 그의 움직임에 나는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내 손등으로 틀어막아야만 했다. 그의 부드러운 손이 나에게로 들어오는 길이 쉽게 몸을 움직였고, 그도 내가 손에 쥐기 편하게 가까이 다가와줬다. 그렇게 우린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처음과는 달리 그의 손은 점점 더 강해졌고 빨라졌다. 그의 움직임에 무방비 상태에서 날 것 그대로 내 몸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 체온과 그의 온도는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그의 체온에서 편안하고 부드럽게 나를 몰아갔고, 뭐라도 입을 막지 않으면 본성의 소리가 다 새어 나오고 말 것이다. 내 손 안에서 느껴지는 단단하고 미끌거리는 그를 입안에 넣어 내 본성의 소리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섹시했다. 그를 입에 머금고 그를 봤다. 질끈 감고 있는 눈과 움찔거리는 인위적이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그.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바로 그의 얼굴이었다. 그를 괴롭혀서라도 보고 싶었던 그의 얼굴. 바른생활만 할 거 같은 어른 남자의 얼굴을 내가 망가뜨렸다는 그런 기분? 나 진짜 변탠가??
단단한 그를 머금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민망해서 눈을 돌리고 말았다. 곧 그 민망함은 쾌락 뒤에 숨겨지고 말았다. 다시 그의 손은 나를 자극했으며, 나는 뱉어내고 말았다.
"하고 싶어"
역시나 도리도리로 대답하는 그. 언행불일치. 그는 항상 말과 행동이 다르다. 내 손안에 있는 그의 단단함은 분명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절을 표하고도 그의 손은 여전히 내게 머물러있었다.
"넣고 싶어"
라고 말하고 그의 단단함을 다시 입에 넣었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고 다시 그의 단단함을 내 손아귀 안에 넣었다. 다시 내 손등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손등이 따가워 그의 손가락을 내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곧 내게서 멀어졌고, 나에게 들어올 준비를 하는 그. 그의 손뿐만 아니라 그의 몸 또한 나와 비슷한 체온이었다. 그가 나에게 들어옴을 기다리고 있는 내가 조금은 민망했다. 그리고 내가 무서워하는 자세인 그가 위, 나는 아래 자세로 나에게 들어와서 나를 채웠다. 온전하게 내 안에서 그를 전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무섭지 않다고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 되었다.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는 마스크는 없었다. 내가 벗긴 건지, 그가 벗었는지 조차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그가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그의 입술이 내 가슴으로 향했다. 간지러움도 잠시, 첫 남자가 남긴 밤꽃이 보일지도 몰라 그의 고개를 들게 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나에게 들어와 있는 그의 단단함은 여전히 움직였고, 내 입속에서 느껴지는 키스는 황홀한 순간을 더 짜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입술과 혀는 손보다 더 부드러웠고 달콤했다. 내 손에 닿는 그의 차가운 귀가 느껴졌다. 입술을 떼는 순간, 하마터면 사랑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다가 삼켰다. 내가 그의 위에 있고 싶어졌다. 그의 위에서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나의 모습. 내가 이리도 솔직하던 때가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첫 남자에게서 몇 년 동안 배운 걸 이렇게 쓰게 될 줄은 꿈에서 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절정에 가기 전에 그는 나에게서 나왔다.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그는 내 것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벅찼던 시간이었다. 그와의 절정은 어떨지 궁금하고 그의 절정을 내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거친 첫 남자와는 다르겠지. 아쉽게도 나는 비교할 대상이 첫 남자와 어른 남자 말고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접기 전에 한 번은 그와 둘이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를 탐하고 싶다. 어차피 고백하고는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를 탐해보고 싶다. 괴롭혀주고 싶다.
그래서 그도 내가 생각나게끔 만들고 싶다. 그가 나에 대한 마음은 없을 수도 있다. 없을 거라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나와 나누었던 사랑은 기억에 남게 하고 싶다.
화장실 갈 때마다 느껴지는 그 부위의 얼얼함에 그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벌써 그가 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나를 음탕하고 난잡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내 몸을 간지럽히며 날 괴롭힌다. 이걸 상사병이라고도 불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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