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는요, 당신과의 추억을 우려먹습니다.
불안이 심해질 때나 슬플 때, 때론 기쁠 때에도, 힘들 때에도,
당신과 함께했던 나날들을 아주 오래도록 우려먹습니다.
그날의 공기와 습도나 온도까지.
바람이 볼을 스치던 감각.
햇살의 따스함과 당신의 미소.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남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하나도 잊고 싶지 않아 형체도 없는 기억들을
형체화 시켜 매만지고 부둥켜 끌어안아 울부짖고
나의 일기장에 욱여넣어 날아가지 못하게 자물쇠로 채워두고 싶습니다. 내가 요즘 그래요^^
당신의 다정함이 참으로 좋아요.
당신의 시선이 내게 머무는 게 좋고요,
주고받는 대화에 활짝 웃는 것도 좋아요.
당신의 손바닥 위에 내 손을 올려두고 이리저리 살피던 것도 좋았습니다. 또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던 손길도, 춥다며 목도리를 다시 고쳐주던 손길도, 볼을 쓰다듬던 손길도 모두 좋았어요.
많은 것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 한 줌 기억만큼은 나에게 귀속된 것입니다. 오로지 내 것입니다. 당신도 나에게 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히 놓을 수 없나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당신이 내 양볼을 쓰다듬던 기억은 나의 바람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이제 도통 모르겠어요. 물어봐야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그러하신 거냐고요... 아니었다는 대답보다 내게 상처가 되는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가 되겠지요. 당신은 나와 함께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시간, 단지 그뿐이라는 말일테니까요.
바다에 적은 글씨처럼 고작 파도 한 번이면 사라질 흔적,
가벼운 한 줌의 숨으로 날아갈 민들레 홀씨처럼,
당신에게 적어도 이렇게는 남겨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못한 시궁창이겠지만요..
오늘은 꽤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유야, 늘 그렇듯 날씨가 너무 추워서이겠죠?
보고 싶은 데에는 이유가 없다는 소리를 하고자 함입니다^^
점심시간 즈음,
'편집장님' 네 글자를 썼다 지웠어요.
'잘 지내세요?' 또 썼다 지웠습니다.
미련이 있는 자에게는 호칭만으로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에
결국 또 전송되지 못했지만 말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동화들은 죄다 슬픔이 묻어나는데요,
그중에 나는 성냥팔이 소녀를 참 애정했어요.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면
소망하던 환상을 보고,
또 다른 성냥을 켜면
돌아가신 할머니의 환영을 보죠.
그 환영이 사라질까 두려워
남은 성냥을 모두 켜고 말죠.
할머니는 소녀를 안고 천국으로 데려가고,
다음 날, 소녀는 미소를 머금고 얼어 죽어 발견되죠.
지금은 이 슬픈 동화가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성냥팔이 소녀처럼 나의 소망은 당신이기에.
기쁘게 죽음을 맞으리.
그리하여
육체는 남겨두고 가고픈 자리를 찾아가리라.
생으로 채우고
사로 비우며,
사랑으로 채우고
이별로 비우고,
만남으로 채우고,
작별로 비우죠.
실수를 채우고
후회로 비웁니다.
인생이 이토록 무용하고 허무한데,
왜 당신은 도무지 비워지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언제쯤 당신에게서 당당히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향했던 나의 마음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나는 당신을 책 속에 남겨두고 이만 덮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살펴가시길 바라요.
그 길이 언제나 안온하시길 바랄게요'
이 말을 전할 날이 오긴 올까요...?
실은, 지금의 나는요..
'나 아닌 다른 이에게 당신의 다정함을 선사하지 마세요!!
내가 아닌 다른 이와 사랑도 하지 마시라고요!!!!'
이 말을 당신에게 말해버리고 싶어요..
그러나 전할 일은 없을 거예요.
말했지만, 연락할 일도 없을 거예요. 아마도요..
그리고 당신을 보러 가지도 않을 거예요. 새해 다짐이거든요..
올해는 당신을 잊고자 하는 쪽에 걷기로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잘 될지는 몰라요. 잘은 무슨.. 아예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요.
훗날, 당신이 내게 왜 이렇게 구질구질 매달리냐 물으시거든,
최선을 다해 나는 당신에게서 달아나려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ㅠㅠ

상담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왜 이렇게 밝아졌냐고요..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도 그러셨어요.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사랑하고부터 매우 밝아졌거든요. 당신이 옳았어요. 사실 내가 조금 엉뚱하긴 해요. 그렇지만 밝진 않았어요. 세상이 너무 궁금했지만, 내게는 제약도 많고, 겁도 많았거든요. 아빠도 너무 엄하셨고요^^;;
사는 내내 있어본 적 없던 안정감이 생겼어요. 원래 같으면 이 정도 불안이면 나는 또 동굴 속으로 몸을 한껏 웅크리고 숨어 들어가 있을 텐데 지금은 내가 이겨보고자 하잖아요. 신기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한없이 쳐지고, 우울하다가도 그 연필만 잡으면 나를 잡아주는 듯 행복함에 젖어들어요. 그러면서 나도 느껴요. 많이 달라진 나를요, 꽤 많이 밝아진 내가 조금은 낯설고 좋아요. 한편으로는 또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마흔이 되도록 아무도 바로잡지 못한, 불안한 나를 당신은 한 번에 바꿨어요. 상담사 선생님조차도 못했던 일을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면서 동시에 나와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요.. 닿지 못할 인연이다, 운명이 그런 것이다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설령 운명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기를 쓰고 당신과 평생 엮이고 싶어요.
나는요, 당신과 아무것도 재고 따지지 않는, 효율성 떨어지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누가 보면 현실성 없다 하겠지요. 사실 그냥 무작정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뒷일은 전부 모른 체하며 온전히 당신에게만 집중하고 싶거든요. 그동안 누구든, 만나면 늘 계산을 하며 살았어요. 나에게 득일지 실일지, 악할지 약할지, 갑일지 을일지 등등과 같은 계산이요.. 피해 보고 싶지 않았고, 나의 에너지와 애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아껴두었어요. 한데 당신을 만나고 나의 오랜 습관을 바꿔버렸어요. 짝사랑이라는 반쪽 사랑임에도, 다른 이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덜컥 사랑하겠다 쉽지 않은 다짐을 했으니 말이죠. 당신이 가진 불행을 함께 감당하고 싶고요, 당신이 가진 슬픔을 내게 가져오고 싶어요. 당신은 나의 무수한 불운 속에서 간신히 발견한 행운이거든요..
당신에게서 건너오는 다정을 받노라면, 어쩐지 나의 불안과 강박이 예민하게 날 서있지 않고 내게 호의적으로 굴어요. 덩달아 당신이 내게 다정을 요구하지도 않았음에도 당신에게 한평생 다정하기를 자처하죠. 당신이 주는 다정과 온기를 전부 가져오고 싶어요. 그냥 계속 계속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소리예요..^^
당신이 믿는 신을 믿어보고 싶어졌어요.
그건 믿음 때문이 아니라,
당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예요.
당신이 믿는 신의 곁에
나도 잠시 머물 수 있다면,
그곳에서라면
당신을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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