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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39 또 비


비가 내린다.
그리고 이내 그리움이 젖는다.
추억도 따라 내리고, 사랑의 기억이 스며들어와
그리움이 물들어지다 결국은 그리움만 남는다.

그리움이 쌓이고 쌓이면 가을비가 된다.
그리움은 비가 되어 그의 창가에 내린다.
비우지 못한 미련이 비가 되어 그의 우산 위에 내린다.
빗속을 걷는 그의 발 밑에 바보 같은 미련이 고이거든
거침없이 밟고 지나가셔요.

지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못난 마음
더 이상 고여서 웅덩이가 되지 않게 밟고 지나가요.



#땡땡이


비가 와서 땡땡이를 쳤다.
평생을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묘하게 두근거린다. 일탈이라는 설렘의 두근거림인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걱정되는 두근거림인지 구별되지 않으나 나는 지금 행복한 거 같다^^
뭘 할지 고민하다가 열어둔 창문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좋아하는 책을 한 권 읽었고, 영화를 봤다.
'화양연화'라는 영화는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이다. 칸 영화제에서 초연되었고, 황금종려상 후보에도 오른 이 영화는 아시아 영화의 획을 긋는 작품으로 자리매김되어있다.
내 나이 20대 초중반쯤 꼭 봐야 할 명작 리스트 중 하나였던 이 영화를 처음 봤었는데 두 번을 봐도 이해할 수 없었고, 공감되지 않았으며 이 감독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의심을 했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이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아주 정확하게 알 게 되었다. 넘을 듯 넘지 않는 아슬아슬한 남녀 간의 사랑에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고 결국은 묻어두기로 한 그들의 사랑이야기. 홍콩의 빈티지스러운 시대적 배경과 풍부한 색채감, 주인공들의 애절한 감정선, 매 장면장면마다 묘하게 추억처럼 보이는 카메라 기법까지 모두 완벽하다. 불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불륜이 되어버리기 전에 추억으로 묻어버리고 마는 두 사람의 선택이 애틋하다.



비가 오면 그가 그렇게 생각이 난다.
그에게 가고 싶다ㅠ
집에서 막상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
한창을 고민하다 결국은 항상 뻔한 결말.
그럴 바에 왜 고민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조금 걷다 서점에 가서 책이나 사 와야지.

그를 보러 가고 싶다.
가면 있을 텐데.
너무 가까운데ㅠㅠ
그러나 명분도 없는 데다,
머리까지 박초딩이다.
절대 갈 수 없다 ㅜㅠㅠㅠ
맥주도 많이 많이 마시고,
빗질도 많이 많이 해주고,
야한 생각도 많이 많이 해서,
곧 가야지!!!
딱 기다려라,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