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락의 선악
그대를 애모하야
봄바람 살랑이는 꽃이 피니
흥취 절로 솟고,
청록이 무르익은 하계
만화방창(萬花方暢)하여
흥겨움이 넘실거리도다.
가을빛에 서린 적막(寂寞)에
흥겨움이 샘솟고,
한설(寒雪)의 계절
기쁨이 절로 일어나도다.
그러하되,
향락이 하늘에 닿아
애통함이 골수에 사무쳤더라.
남은 바, 다만 버리 온 마음뿐이니라.
#당신을 애연(愛戀)해요.
당신은 한문을 읽으시려나요? 나는요, 한자를 좋아하고, 한문을 종종 읽습니다. 잘 읽지는 못하지만, 부수와 모양자가 모여 하나의 한자가 만들어지는 그 모양새가 썩 곱고요, 뜻과 음이 주는 여운이 낭만적이라 애정해요. 가령, 애연(愛戀)처럼 말이에요.
애 (愛) 사랑 애
연 (戀) 그리워할 련(연)
고로, 애연(련)은 사랑하고 그리워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애연은 알고 계셨으면 해요. 나, 당신을 몹시 애련하고 있거든요.
혹시, 양수경-애련 노래는 아시려나요?
'그래도 난 사랑하다 죽고 싶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예전에는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없었던 가사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아요.
전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힘이 드는지 알지 못했어요. 긴긴밤이 온통 당신으로 얼룩질 때 나는 나를 갈아먹고 있어요.
당신은 내게 꼭 사라져야 할 소중한 사람이에요. 애석하게도, 당신이 내게 그래요. 알고 있어요. 티 내지 않지만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아요. 다만, 모른척할 뿐이죠.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내 마음도 당신만큼 내게는 소중하니깐요. 그러니 당신은 걱정마시라고요. 안심하세요. 당신에게 당도할 내 사랑은 누구도 다치지 않을 무해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니까요.
내가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만 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나를 사랑하시라고요.. 부탁이에요. 이제 그만 나를 놔주세요. 기어이 당신의 사랑을 받아야만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알아요. 사랑은 승부욕도 아니고요, 소유도 아니에요. 그런데 내 마음이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은 나는, 죄인이라서 그럴까요. 어차피 우리, 오래갈 관계도 아니잖아요. 기껏해야 얼마나 가겠어요. 당신은 그런 '척'만 하시라고요. 사랑해 봤을 거 아녜요? 사랑하는 척만 해달라는 거예요. 미련이 남지 않게, 당신과 나는 한 시절만 함께한 시절인연이었다,라고 추억할 수 있게요.
나는 당신에게 사랑만을 말하지만, 당신은 사랑 없이 사랑을 내게 말하셔도 이해할게요.
오늘 한낮에 무진장 뜨거웠어요. 안전 문자는 연신 왔고요, 푹푹 찌는 여름 중앙에서 당신이 생각났어요.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을 당신이 떠올라 미운 마음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사무치게 그리웠어요. 나는 아마 내년 여름에도, 후 내년 여름에도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지독하게 당신을 앓겠지요. 그렇게 내내 앓다 죽겠지요. 마음이 죽어야 끝날 슬픈 끝맺음이니까요. 나는 왜 아직도 당신에게 질척이고 있을까요.
내 글들이 당신에게 가닿아 당신을 내게 데려왔으면 해요. 그리하여 매일 쓰는 나를 이해하지 말아요.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하고 공기 중에 소모되어 버릴 활자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 당신께 닿을까요. 나는 기별 없는 고백을 질척이며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는 건 틀림없고요, 서로의 인생을 짓이기려 들지 않으니, 우리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거예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이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채로 당신을 지킬 거예요. 매번 당신의 숨결이 내 뺨에 스칠 때 그게 사랑일까 하며 헷갈렸다가 이내 슬픔이 되어 식어버렸어요. 혹시나 내 안의 욕심이 당신을 찌를까 봐서요. 진정으로 나는 당신에게 무해하고 싶어요. 온통 내 말에는 모순뿐이죠..? 나도 알아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 그 불순한 마음 자체가 당신에게 무해하지 않는데 말이죠. 당신에게 가장 무해하지 않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을요. 우스워질 수 없는 인생을 애도하며, 당신을 애연합니다.
나를 끝내 이해해 달라는 말은 아니에요.
끝내 나는 당신에게 닿지 못합니다.
당신을 끝내 놓지 못하는 나를 미련하다 생각 말아요.
끝내 내쪽에서 당신을 버릴 겁니다, 끝내는요.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러니 당신도 나를 애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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