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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05 이봐요



이봐요, 당신.

  나는 아직도_ 여전히 당신 생각을 합니다. 당신을 생각하고자 하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나는 바람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절대 핑계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새벽에 눈을 감을 때까지 온통 당신뿐입니다. 온전히 당신만이 내 시간에 머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남긴 유행어 중에 '잘 지내셨어요?' 이 안부를 다른 이에게 들을 때면, 몹시도 따뜻했던 당신의 다정함과 배려가 떠올라 몰래 슬쩍 입꼬리를 올리다가도 아련함이 밀려와 쓴웃음 짓기도 합니다.
요 며칠 도통 잠을 자지 못했어요. 자야 할 거 같아 약을 먹고 몽롱해진 정신 사이를 비집고 당신이 몹시도 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얼굴이,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걱정한 얼굴로 '요즘 잠은 좀 자요?' 하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더라고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부풀어져 버렸어요. 이대로 두면 안될 거 같은데 내게는 어떠한 방도가 없습니다.  
당장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당신 품에 안겨 있으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요.


당신은,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왜 하필 당신이냐며 내게 따져 묻는 상상을 가끔 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사랑했으면 당신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다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으면 당신도 따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여서, 나였기에 당신이 나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맞는 거죠? 그런 거죠? 나는 속절없이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다시 지난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와 다르지요. 괜히 내가 당신의 슬픔에 무게를 실어둔 것은 아닌가 하고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염치없이 덧붙이자면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무해합니다. 약속할게요. 당신에게 무해한 사랑만 하겠습니다. 어느 누구든 다치지 않게 무해하고 무해한 그런 사랑을 하겠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많이 다치겠지요? 괜찮습니다 ^^ 내가 또 생각보다 많이 강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걱정일랑 하지 마십시오. 부디 내 사랑이 당신께 해가 되지 않기를. 그 약속만은 당신을 걸고 꼭 지키겠습니다. 이 마저도 지키지 못하면 당신 앞에 설 이유조차 없으니... 지키고 싶지 않아도 지켜야 함이 몹시도 서글픕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믿음직스럽진 않겠지만... 전혀 그렇겠지만, 지키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작년의 마지막 날, '당신이 보고 싶다'로 막을 내렸고,
올해의 첫 날도 '당신을 보고 싶다'로 시작했습니다.
차마 내뱉지 못하고 입안에 뱅뱅 맴돌다 꿀꺽 삼켜버렸어요.


이봐요,
아직 당신은 모르죠?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의자에 앉아서 펜이나 굴리며 사랑타령이나 하는 줄 알죠?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란 말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 온통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에 대한 고백입니다. 똥멍청이라, 모르셨죠?
사랑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잖아요. 사랑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받아달라는 말이 아니잖아요.
주제넘게 이상을 꿈꿀 만큼 어리고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냥 고백입니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칭얼대고 싶은가 봅니다. 당신을 너무 오래 보지 않아 심통이 났나 봅니다. 그런가 봐요.

그래도 걱정 말아요, 달달한 핫초코 미테 한잔이면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달달함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삼켜질 거예요.... 그럼 또 잠시는 잠잠해집니다. 뭐 자꾸 보고 싶으면 자꾸 먹어버리죠! 아주 아주 뚱돼지가 되면 당신을 보러 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지... 궁금하시죠?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런지 도통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아세요? 내가 왜 이러는지??


당신도 한 살 더 먹었겠군요... 당신이 많이 늙고 못 빠져 버리길 바랍니다.
그러면 갖고 싶지 않을 테니깐,
그러면 당신에게 사랑을 갈구하진 않을 테니까,
그러면 당신에게 가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당신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제발 꼬장꼬장 늙고 못나지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