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00 숨기지 못해서

호호아줌마v 2025. 6. 7. 03:22


#그만 쓰고 싶어요

매일 밤 당신과 함께 하는 상상을 해요. 그러다 원래 하는 일은 저만치 제쳐주고 당신을 씁니다. 빈 종이에 당신을 향한 마음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진심이 넘쳐흘러요. 오늘은 진짜 안 써야지, 절대 안 쓸 거야 해놓고선 이미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했던 수십 년 시간들이 당신으로 한순간 수포로 돌아가버렸어요.  
당신을 생각하다 보면 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좌절하기 일쑤예요. 당신 앞에서만 유독 뚝딱거리고, 이상하게 모든 말들도 바보같이 내뱉게 되는 내가 한심스러워서요.. 나를 이상히 보셔도 반론할 여지가 없어요.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투성이에요. 그중에 당신이 끼어있다는 게 꽤나 가슴이 아픈 일이긴 해요. 내가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것들 사이엔 당신은 없거든요.
나는요, 사랑 많은 곳에서 태어나, 사랑 듬뿍 받고 자랐어요. 당신을 만나 처음 사랑하자마자 혼자 남겨졌지만요... 하지만 나는 살아야 하고, 살아냈고, 버텼으며, 울었고, 결국에는 살아내겠지요. 당신의 얼굴은 흐릿하게, 그러나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날 아프게 하겠지요. 그렇게 항상 온기 가득한 밥상 앞에 앉겠지만, 그 속엔 나는 없을 테죠. 돌이켜보면 나는 그날,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던 날,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다정함'에 무너져버린 것 같아요. 내 이름을 조심스럽게 부르고, 내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 내 마음은 조금씩 풀려버렸거든요. 거기다 잘 생긴 얼굴은 옵션이었다고 말하면..  외모지상주의라고 실망하실 테죠?
매일 밤, 당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밤에는 달조차 뜨지 않아요. 끝도 없는 어둠을 달리는 기분, 당신은 아시려나요. 달린다고 해서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멈추기엔 어둠이 너무 무섭고.. 그래서 달마저 뜨지 않는 어둠에서 달려요. 그마저도 익숙해진 게 속상한 일이지만요..
혹시 나를 미련하고 어리석다 생각하시나요?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닿지 않아도 가끔 아주 가끔 닿을 뻔한 순간이 너무나 지나치게 선명해서 그만두질 못하겠어요.
멀리 있어도 같이 있고, 짧은 순간이었어도 영원을 함께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은 내게 빼곡한 낭만이에요 ^^
윽, 방금 또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마음이 찡~~ 하고 아팠어요. 당신에게 마음이 아플 만큼 보고 싶다고 말하면, 분명 당신은 예쁘게 눈꼬리를 또 끝도 없이 내리고선,  '엄살이 엄청 심하시네요' 하셨을 테죠? 치.. 왠지 그럴 것이 분명해요..
잠이 오지 않은 날에는 오늘처럼 약을 먹고 자는데요, 침대에 누워 졸린 눈으로 이불을 덮으며 조용히 읊조립니다.

잘 자요, 당신.
깨지 말고 푹 자기를요.


이건 비밀인데요, 이불속에서 매번 당신이 돌아올 곳은 결국 언제나 나이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숨기지 못해서....
오늘도 당신에게 저주를 걸어봅니다.

진짜 잘 자요^^
이제 그만 떠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