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아이가 아프면 죄인이 된다

호호아줌마v 2025. 5. 20. 09:35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죄인이 된다"
"엄마니까..."

나보다 결혼을 빨리한 여동생은 아들이 둘이 있어요. 그러니깐 제게 조카가 둘이 있다는 말이죠. 결혼하기 전, 여동생네를 자주 갔었는데요.  그때마다 여동생이 자주 했던 말이 있어요.

"엄마가 미안해"

어린 조카에게 자주 사과 하는 여동생이 낯설었고, 그런 여동생을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물었지요.

"왜 맨날 니가 미안하다고 해? 니 잘못이 아니잖아"

그때 여동생이 조용히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엄마니까"

그때는 몰랐어요. 정말로요.
그 말속에 담긴 무게를요, 그 미안함이 어떤 마음인지를요.
아이가 없던 저로서는 공감할 수 없었던 거죠.

그리고 몇 년 뒤,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오는 '엄마가 미안해'를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했거든요.

내 아이에게 세상 모든 좋은 일과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그저 건강하고 안온하게, 행복하게 자라주기만 바라고 있는 내가 점점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예방접종 후 열이 나도, '엄마가 미안해'
모유 먹고 트림하다가 토 해도, '엄마가 미안해'
걸음마하다 넘어져도, '엄마가 미안해'
아이가 울어도, '엄마가 미안해'
아이가 속상해도, '엄마가 미안해'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미안하더라고요. 늘 더 많이, 더 완벽하게 해주지 못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설사 진흙탕 속에서 허덕일지라도, 아이만큼은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드는 생각인데요,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키우셨겠지... 그렇게 나는 사랑을 깨닫고, 그렇게 부모가 되어갑니다.



#5월은 가정의 달 특집.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죄인이 된다.
나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5월 5일 공휴일 자정이 넘어섰을 때였어요.  둘째 아이가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발을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었고,  염증이 생긴 듯했어요. 이 일은 전날 오후 집에서 탱탱볼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냉장고 문을 들고 차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어요. 그때 아프다고 했을 때는 발가락이 빨갛기만 했는데, 새벽에 이렇게 아플지 몰랐어요... 그러나 사실은 발가락을 다치기 전부터 둘째는 아직 손톱발톱 옆에 일어나는 손가시나 발가시를 뜯는 버릇이 있어요. 항상 손톱과 발톱 옆에 살이 아파 보이거든요. 어린이날 아침, 병원이나 응급실을 돌아다녔지만 공휴일이라 결국은 수병원으로 가서 진료만 받기로 했는데.. 진료를 보고, 입원이 결정되고, 수면마취로 수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 발가락이 완전히 나으면 정보를 공유하겠음) 염증이 차서 수술하는 도중에 내성발톱 수술도 함께 진행했어요.
간단한 수술이지만, 아이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자식을 보는 건 힘든 일이었어요.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연신 닦아내느라 곤욕이었어요. 불안하거나 예민하면 엄마를 닮아 손가락을 빨았는데, 요즘엔 손가시나 발가시를 뜯더라고요.. 하필  왜 저의 안 좋은 걸 닮았을까요.. 저의 장점도 굉장히 많은데 말이죠..
그런 아이가 안쓰러워 첫째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학원 픽업할 때도 업고 다녔답니다. 5월 12일까지 유치원을 가지 못했고, 5월 13일 정상 등원을 했어요. 한숨 돌릴 수 있었죠.



그러다 5월 14일, 둘째가 정상 등원한 뒷날 아침, 첫째가 대뜸 턱과 귀가 아프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 부딪혔나 싶어 그 부위를 봤는데 부어있더라고요? 둘째 등원시키고 바로 다니던 소아과에 갔습니다.


임파선염이나 침샘염 같아 보이긴 하나 볼거리 증상과도 비슷하다며 진료확인서를 주시더니 학교 등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ㅜ 볼거리가 아니더라도 유행성이하선염은 법정전염병으로 의심소견도 학교는 출석인정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정말 다행하게도 아파하지 않아 집에서 열심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 근래에 첫째가 롤러와  스케이트 보드도 배우고, 배드민턴도 치고, 각종 학원들을 다니면서 몸이 피곤하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푹 쉴 수 있게 되었어요.



귀 뒤쪽과 귀 밑이 조금 부어있고, 열감도 보여요. 예방접종을 한 터라 요즘 볼거리는 다행히 수월하게 넘어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첫째와 둘째 모두 가정보육을 했답니다.



드디어, 어제 완치 진료확인서 떼고 오늘부터 두 아이 모두 학교로, 유치원으로 갔답니다. 발걸음이 굉장히 가벼워 보이죠?^^ 아이들이 아프지 않아 저도 마음이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두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느라 저 진짜 욕봤어요. 다이어트를 원하신다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시고 싶다면 아들을 낳아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강력 추천! 밀린 집안일과 청소를 하고 내일부터 저도 일상복귀입니다.
모든 가정이 안온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