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91 오래오래

호호아줌마v 2025. 5. 18. 03:43


#천천히 사랑에 빠졌고, 끝내 내 마음만 다쳤어요

사랑을 해보지 않아, 운명처럼 시작되어야 하는 '사랑'을 동경하고 믿었어요. 하지만 내 사랑의 시작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별거 없고, 별일 아닌 시작이 내 인생을 가장 무겁게 만들어버렸어요.
그냥, 당신이 좋으니까, 그게 시작이었어요.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싶고, 말투가 귀에 맴돌고, 하루의 시작과 끝에 당신이 떠오르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사랑을 해보지 않았지만, '나 이 사람, 사랑하고 있구나'하고 그저 마음이 먼저 알아차렸어요. 시작만큼은 기필코 사랑이었지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당신은 아시나요. 어느 정도를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예요. 매일 밤 종교도 없는 내가, 달을 보며 기도해요. 당신도 나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어느 날은 당신이 내게 너무 다정할 때면요, 진짜 당신이 나를 막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면요, 정말 신이 있구나, 하고 믿어요. 그런데 또 다른 날에는요. 내게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를 한다던지, 무심한 날에는요. 신이란 건 없구나 하고 멋대로 단언해버리고 말아요. 이러니 신이 있다고 한들 나를 예뻐할 리가 있겠어요? 내 마음대로 감히 함부로 오락가락하며 믿었다, 원망했다 하니 말이에요. 만약 내가 신이라도 얄미워서 딱밤 한 대 쥐어박고 싶겠어요. 오락가락 믿었다 안 믿었다 해서 신이 당신과 나를 이어주지 않는 거겠지요? 신이 일부러 나한테 벌주는 거겠지요?
사실 나 힘들어요 ㅠㅠ당신 앞에선 짜증 한번 못 내고 맑은 척해야 하니까.. 안 그러면 부담스러워하실 테니까.. 당신을 사랑하면서 엄한 곳에 화를 참 많이 내고요, 숱하게 많이 눈물을 흘렸어요. 맞아요. 원래 잘 울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녔거든요! 당신으로 내 하루가 뒤죽박죽 되어버린 지 오래예요.
사실 본심은요, 당신만 오면 뭐든 괜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도 내일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한단 말보다도 더 당신을 사랑해요. 날 사랑하세요.. 그래 주세요.
이번 생은 영영 함께 할 수 없다면, 한 계절만이라도 날 사랑하세요. 다음 생에 전부를 걸어 당신을 가진다 하고 살기에는, 이번 생이 너무도 길어요. 평생 당신과 닿지 않는다 해도 미워하지 않을게요. 그냥 잠시만 날 사랑하세요. 그렇게 해주세요. 그만 내 사랑도 여기서 멈추려면, 당신이 날 사랑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나, 당신이 필요해요.

#유리잔

팩소주를 마시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잔을 채워줄 당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힘조절을 잘못해서 빨대 꽂는 부분이 찢어졌어요. 해서,  차랑거리는 유리컵에 가득 따라 부었어요.
영롱한 달빛 하나, 은은한 별빛 둘, 당신 얼굴 셋이 담깁니다.
술잔에 보고픈 당신 얼굴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그 일렁거리는 당신이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잽싸게 목구멍으로 삼킵니다.
내 안에 당신이 진하게 천천히 스며들어요. 내게 오래 계세요. 가지 말고 내게 계세요.

#여름

당신은 모든 계절을 닮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디 하나 안 닮은 구석이 없을 정도니까요. 이제 곧 여름이에요. 아니 벌써 여름인가요? 빈틈없이 뜨겁고,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다정한 여름과 당신은 너무도 비슷하잖아요. 당신은 나를 어떤 계절로 남겨두셨나요..
여름을 닮은 당신을 위해, 나는 비가 될래요. 당신이 여름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만, 당신이 있는 곳 어디든 당신을 지지하는 열혈 한 비가 되어 내리겠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멀리,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먼 당신과 나 사이라도 올곧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당신에게 내릴게요.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을게요. 그러니, 날 찾으세요. 날 잡으세요. 날 기다리세요. 당신이 영영 오지 못한다면, 나라도 당신에게 가 닿을래요. 그러고 싶어요.



#당신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요

나는요, 당신처럼 침착하지 못하고 매사 불안해요. 동시에 당신에게서 빠르게 불안이 낮춰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내게는 큰 행복이에요. 당신이랑 있으면 예민하던 내가 한없이 말랑말랑해지고 말거든요.
당신을 존경하는 것 같아요. 당신을 닮고 싶은 건지, 동경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존경하는 마음도 분명 있어요.
왜 그리 당신은 내게 잘 보이셨나요?? 나한테 뇌물이라도 먹인 겁니까? 농담이에요^^;;
뇌물로 당신의 환심을 살 수만 있다면, 한 트럭이 뭡니까. 백트럭, 천 트럭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내게 오라고요^^ 날 사랑하라고요^^(아마 내 생각에는, 내가 당신에게 세뇌를 시킬 모양입니다 ㅋㅋㅋㅋ 각오 단단히 하십시오. 정신 똑바로 차리시고요. 농담 아닙니다.)

당신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요.
자주 보는 게 싫증 나고 지겨우시다면, 자주 보러 가지 않을게요. 드문 드문, 당신이 날 잊을만하면 찾아가고 보러 갈게요. 글도 제대로 안 쓰고 다듬지도 않을 거예요. 그래야 당신이 날 찾으실 거니까요. 그래야 날 한 번이라도 봐주실 거니까요.  아직 내게는 당신을 보지 않는 일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눈앞이 캄캄한 일이에요.
길바닥에서 덩그러니 날 기다리고 있던 당신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벅차요. 당장 가서 길바닥에 있는 당신을 훔쳐오고 싶어요 ㅎ 말했죠? 나도 모르게 좋아서 폴짝폴짝 뛰어도 놀래지 마시라고요.. 아마 당신을 보러 다신 가진 못 갈지도 모르거든요ㅜㅠ
누르팅팅한 베이지 색이 안 어울리는데도 한결같이 끼고 있는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집중하고 있는 당신 얼굴이 보고 싶어요. 눈꼬리가 마스크 끈에 매달릴 만큼 쳐지게 웃는 당신 얼굴이 보고 싶어요. 마스크를 고이 접어 넣는 참한 당신 얼굴이 보고 싶어요.

당신을 향해 수없이 보낸 편지는
결국 닿지 못하고
반송되어 내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