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일상기록

또 다시 봄(주부의 봄은 바쁘다)

호호아줌마v 2025. 3. 25. 16:22


안녕하세요. 감성주부입니다.
동네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나는 꽃들, 연두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 그런 풍경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봄이 왔어요!"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건 나이와 주름뿐이지요, 누군가 내 나이를 물어오면 88년 생이라고 대답하고 한참을 손꼽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해진 세월이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봄이니깐 괜찮습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여전히 피어나는 봄을 보고 설렙니다. 작년과는 또 다른 봄바람이 가슴을 간지럽히기도 하고요. 20대 때의 여리디 여린 시절, 봄바람만 스쳐도 설레던 감성은 나이만큼 늙어버렸지만, 그때와는 다른 봄이 주는 느낌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메말라있던 내게 봄은 촉촉함을 다시 채워 넣고, 조각조각 흩어진 일상에 행복과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그런 피어나는 계절이니까요.

-피어나는 아이들

등하굣길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와 유치원에 입학한 둘째. 아직 마냥 제 눈에는 어리기만 한 첫째가 초등학교에서 잘 적응할까 걱정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새 친구와 있었던 일, 학교 생활 이야기를 종일 종알종알 들려줍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라고  물을 때 당연히 친구와 보드게임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에 저는 눈물바다가 되었어요.

"엄마랑 손잡고 학교 가는 길이 제일 좋아!"



아직은 친구보다 엄마인 제가 더 좋은 가 봅니다. 둘째가 먼저 집 앞에서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면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길이 마냥 좋은, 아직은 어린 아들. 등굣길에 친구를 만나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뭐가 저렇게 행복한지 아침부터 신이 나고요. 교문 앞에서는 몇 번이나 뒤 돌아 제게 손을 흔들어주는 통에 쏟아지는 눈물을 참느라 아침부터 곤욕입니다.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나오다가도 저를 보면 온 힘을 다해 제 품에 달려오는 아들을 두 팔 벌려 안아줍니다. 쭈그려 앉아 품에 가득 안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언제까지 제게 이렇게 안길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엄마, 돈 있어??"
"응??"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그래, 가자^^"




엄마 껌딱지 둘째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6개월 걸렸어요. 유치원도 6개월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어요. 딱 일주일 걸렸거든요. 유치원 차를 보면,  타기 싫다고 드러눕고 도망가고 울고불고 떼쓰고를 딱 6번 하고는 태세선환! 머리 숙여 인사하고 차에 오르더라고요. 너무 대견했아요. 아이 대신 제가 뿌엥하고 울어버렸어요. 아이는 울진 않았지만, 눈 안에는 눈물이 온통 차 있었어요. 그래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타고 가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지만, 너무 기특한 거 있죠. 둘째가 눈물 가득한 눈으로 유치원 차량에 오르고 손을 높이 뻗어 손을 흔들어대고 나면 제 눈에서 눈물이 줄줄... ㅠ
좀 더 끼고 있을 걸 그랬나, 너무 어린가 하면서 자책 아닌 자책과 미안함이 온몸을 휘감더라고요..  그렇지만, 언제까지 제 품에서 키울 수는 없기에.. 오늘도 유치원 차량에 손을 흔들고 운 건 제 쪽이었어요.



"엄마 이제 울지 마!! 나 안 우는데 엄마가 울면 **도 눈물이 나ㅠ"
"응! 알겠어! 엄마도 안 울게. 오늘은 안 울고 하트 할게!"

'38살 먹은 나 보다 5살 먹은 네가 낫다'

그 말을 기억하는 건지, 요즘 항상 차에서 손하트를 만들어 보여줍니다. 울보엄마는 이 모습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사진 찍는 척하며 눈물을 훔치곤 해요. 언제쯤 저도 적응을 할까요.


-봄은 자연이 주는 선물


저는요,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아요.
한적하고 사계절 변화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시골이 좋더라고요.
그 덕에 자연스럽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딱 바깥놀이 하기 좋은 봄이니까요.
자연을 느끼고, 만끽하고, 교감하고, 표현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아이는 스트레스가 적다고 해요. 정해진 틀을 가진 키즈카페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을 놀이공간으로 삼으면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시댁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게 1톤의 흙이 있는데요, 삽으로 흙을 파서 길을 만들어 물을 부어 '물길'을 만들기도 하고, 워터파크도 만들어요. 둘이 생각하고 합심해서 만들고,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무너뜨리고 또다시 만들고 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도 해요. 자연 속에서 아이와 함께 이번 봄에도 열심히 놀아야겠어요.



대파... 저희 집에서 요리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재료가 대파예요. 이제 봄이니 점점 대파 가격도 내려가겠지만, 사러 가기 여간 귀찮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심었습니다. 흙대파를 사서, 먹고 남은 대파머리(?)를 빈 화분에 심었어요. 신기하게 대파가 올라오더라고요! 제가 유명한 식물연쇄살인마거든요. 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만, 제가 키우면 식물들이 잘 살지 못하더라고요.... 연둣빛 색상이 봄과 너무나 잘 어울리지 않나요. 사랑 듬뿍 줄 테니 쑥쑥 잘 크기를.



아참,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뻔했어요.  5살이 멋진 엉아(?)가 된 둘째가 이제 드디어 가슴을 만지지 않겠다 선언했어요! 약속을 하고부터는 아직 만지지 않았어요. 그동안 평생(?)을 만지고 살아 하루아침에 끊기 힘들 텐데 말이죠. 잠결에 자연스레 손이 들어오긴 하지만 잠결이니 어쩔 수 없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들어오는 손에서 드디어 제 가슴이 해방되었어요.. ㅠㅠ 옷이 늘어날 일도 없고요! 8년... 8년간 제 가슴은 제 소임을 다했습니다. 수고했어...
이번참에 필자도 손을 뜯거나 빠는 버릇도 하지 않겠다 선언했어요. 지금은 뭐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봄이니깐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또다시 도전하면 그만인 것을요.
(티스토리에서 모유수유 키워드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질문은 사양할게요. 모유수유하면 유두는 아이가 먹기 좋게 당연히 커지고요, 단유 한다 해도 유두 크기는 수유하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함몰유두도 모유수유 가능하며, 단유 하면 가슴 작아집니다. 저는 그랬어요. 유륜 색도 변합니다.  임신 전엔 연한 분홍색이었으나 지금은 조금 베이지 색이네요. 금방 확인했으니, 사진을 찍어달라는 둥 댓글 다시면 남편 화냅니다. 그리고 저도 엄마이기전에 여자이기도 합니다. 잡으러 가기 전에 댓글 생각하고 다십시오^^)


젖도 끊은 아이에게 어부바도 끊자라는 말은 차마 못 했어요. 엄마를 닮아 잘 먹는 둘째를 업고 나면 몸 여기저기 남아나질 않아요. 그렇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엄마니깐요. 사실 스무 살까지도 업어줄 수 있어요. 뭐든 다 해주고 싶고, 뭐든 주고 싶은 저도 서툴지만 엄마니깐요.



그리고, 제 작업실 옮겼어요! 대부분 육퇴 후 글을 쓰는데요, 그때 달이 잘 보이는 곳으로 책상을 옮겼답니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 어수선하지만, 늦은 밤 의자에 앉아 달 보면 너무너무 행복해요! 빨리 저기 앉아서 글 쓰고 싶어요^^



제 핸드폰 속 갤러리에는 제 사진과 아이들 사진이 넘쳐나는 데, 남편 핸드폰 속에는 제 사진만 있네요...? 나 그만 찍고 얘들 찍어..... ㅋㅋ 제 눈에서 꿀 떨어지는 거 보이시나요. 아마 아이들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나 봅니다. 이러고 보니 진짜 엄마 같네요. 남편이 다음 생에 태어나면 제 아들 하겠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다음 생애 나무로 태어날 거라고 대답해 줬어요.



요즘 아이들과 사진 찍을 때마다 정상적인(?) 사진 건지기 힘들어요... ㅎ 오늘 하교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엄마, 가방 들어주세요. 많이 뛰어놀아서 힘들어요"
"너의 삶의 무게는 네가 들어"
"삶의 무게가 뭐야?"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럼 그 무게 엄마랑 분산할래요!!"
"응???"
"엄마한테 내 삶의 무게, 분산시키겠다고요"
"...... 엄마가 메고 갈게... 근데 엄마 무게도 가져가야 공평하지 않을까?"
"나도 엄마 무게 나눠서 지금 들고 있어요"
"??????"
"엄마는 내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면서요. 엄마가 내 가장 들어줘서 지금 행복해요"
"그래.."

이번 봄, 세 남자 속에서 예쁘게  피어나는 게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