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1-218 나만 바라봐

당신은 또 쿨쿨 자고 있죠?
치... 자지 말고 일어나요! 나랑 놀아줘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단 말이에요.
매일 밤 당신을 생각합니다. 늦은 밤, 무턱대고 당신이 너무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홀로 깨어있는 이 시간이 좋으면서도 어딘가 시리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해요. 그래서 술을 사 왔습니다.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던 당신은 잘 지키고 있나요? 나는 다짐한 적 없지만요, 당신이 마시지 않는다길래 나도 마시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뛰어가서 사 와버렸어요. 안 마실 수가 없었거든요.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술기운을 빌리는 것 외엔 없더라고요. 핑계가 아닙니다.
당신은 평일에 술도 안 마신다 그러고, 아침마다 다이어트한다고 운동도 한다 그러고.. 대체 왜 그런데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건 아니겠죠 ㅠㅠㅠㅠㅠ 당신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죠? 아니라고 내게 말해줘요. 샘이나서 죽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늙고 계시는 중이라서 그런 건가요? 하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죠? 그런데 나는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고요, 운동을 해요. 알고 계셨나요? 퍽이나... 모르셨겠죠. 기대도 안 했답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 오늘도 밀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당신에게 가도 되나요? 당신이 날 질려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요. 그래서 자꾸 망설여집니다. 솔직히 나는요, 당신을 매일 보러 가고 싶어요. 안 먹고, 안 자고 하면 글 이까짓꺼 얼마든지 많이 쓸 수 있다 이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아니잖아요. 날 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은데 너무 자주 가면 당신이 날 귀찮아하실까 봐, 날 질려하실까 봐 무서워서 공적으로 가는 것도 수없이 고민을 하고 가는 거예요. 수백 번, 아니 수천번을 생각하고 생각해서 당신에게 가는 건데 정녕 모르셨지요?
그럼에도 당신을 보러 간다는 건 나에게는 정말 큰 용기를 냈다는 것이에요. 알겠어요? 당신에게 가는 나를 보고
'또 온 거야? 엔간히도 자주 온다'라고 생각히지 말라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또 이렇게 또 빙빙 돌리나 싶죠? 맞아요. 곧 당신을 보러 가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지겹고, 싫어도 내게 티 내지 말아 달라고요. 나 상처받아요....
사무친다는 말은 당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당신에 대한 마음을 고이 접어
이제는 달빛에 날려 보냅니다.
그립다는 말은 나를 달래며 하는 말입니다.
날아가버린 당신을 찾아
모든 곳을 헤매고 헤맵니다.
그리고 곧 깨닫습니다.
나의 모든 곳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요.
당신의 목소리는 공기가 되어,
당신의 온기는 계절이 되어,
당신의 손길은 바람이 되어,
어느덧 온통 당신은
세상 모든 것이 되어있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당신,
내게 오시렵니까.
술기운을 핑계로 고백해 봅니다.
당신을 훔쳐 오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고 싶어요.
도망가지도 못하게 발도 묶어 둘 거예요....
그러고는 내 사랑만 먹을 수 있게 할 거예요...
날 사랑하도록 세뇌교육도 시킬 거야...
가둬둘 거야. 아무에게도 못 가게.
아무에게도 갈 수 없게.
나 없이는 살 수도 없게 만들 거야.
그러니 내게 잡히지 마세요.
죽기 살기로 도망치십시오.
그게 당신 살 길입니다.
잘 자,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