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1-207 젠장

새벽의 고요는 나를 힘들게 한다.
모든 감정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당신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 곳곳을 휘감으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둠 속에 홀로 있으면 유난히 당신이 떠오른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얼굴. 자꾸만 귓속을 맴도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 그의 향기까지 머릿속을 맴돌며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되살아난다. 그리움은 매번 이렇게 하루에 몇 번씩 나를 느닷없이 찾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독한 새벽 속에서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리움을 안고 또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한다. 이 반복적인 일상.
이런 나를 어른 남자는 알고 있으려나?
전혀 모르겠지?
진짜 내가 아는 남자 중에 제일 멍청이가 틀림없다.
괜히 내가 똥멍충이라고 별명을 지은게 아니라니까.
빌어먹을. 썅. 젠장 할.
올해부터 욕을 쓰지 않겠다 다짐했거늘 다짐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나를 욕을 쓰게 만드는지... 아마 장본인은 지금쯤 한참을 쿨쿨 자고 있을게 뻔하다. 늙었으면 잠이 없어진다던데 그는 왜 맨날 잠팅인거야;;
그런데 이 글을 보면 어쩌지.....? 아니야. 안 본다고 했잖아. 보지 말랬다면서 안 본다는 쿨한 대답을 잊은 게야? 썅. 너는 내가 장편 완결이 나와도 안 알려줄 거야!!!!! 그리고 분명히 말했지만, 그쪽이 미워 보이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릴 테니깐 그리 알아. 그때 붙잡아도 소용없어.
어른 남자..
날 많이도 흔드는 사람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엉퀴는 기분. 꾹꾹 눌러 잘 참고 있다가 그를 보러 가도 문제다. 그를 보고 나면 한동안 혼자 하는 사랑에 또 흠뻑 빠져 살 것이고, 그를 보러 가지 않으면 이렇게 시름시름 말라가겠지.
이번 참에, 이렇게 길게 출근하지 않은 김에, 그를 그냥 잊어볼까. 이렇게 오래 참아본 적이 없으니.. 또 이만큼 참으려면 얼마나 긴긴밤을 홀로 보내야 하기에 그냥 이번참에 그를 안 보는 편에 한번 서볼까.
어차피 그를 보지 않는 건 지금이나 나중이나 시름시름할 거 매한가지 아닐까.
넌 내가 이대로 출근 안 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 글이 막혀 쪽팔려서 필명 죽이고 잠적한 줄 알겠지... 그러겠지. 좀비처럼 다니다가 혹시 마주쳐도 글이 안 써져 망가진 줄 알겠지. 그러겠지. 너 못 봐서 이런 꼴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하겠지. 개똥멍충이!!!!!!!!!!! 열받아. 짝사랑 두 번만 했다간 수족냉증과 저혈압은 대번에 완치되겠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