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00 그리하여 사랑이었다

호호아줌마v 2024. 12. 26. 06:24


그리움은
돌아오지 않는 자가 남긴 무게.
기다림은 내 몫이오,
눈물도 내 몫이오,
사랑 또한 내 몫이지요.

붉게 뛰는 심장이 솟구치는 곳에는
오직 당신이,
비어있는 눈동자 속 달빛으로 채운 동공의 시선 끝에도
오직 당신만이,
나를 송두리 채 옭아맨 족쇄를 채우는 자도
오직 당신뿐이지요.


닿지 못한 발걸음은
눈물 속에서 춤을 추며
그리움의 속박을 풀지 못한 채
조용히 흐르고....


한 줄기 눈물이 비 되어
마음속 깊은 곳에 고여
그리움의 형체는 더욱 아득해진다.
흘려보낼수록 더 선명해지는
당신을 향한 그리움.


그리움은 덧없이 쌓여
텅 빈 마음속
그의 온기만이....


닿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사라지려 할수록 더 깊어지는.
스쳐간 자리마다 당신을 담아내는
가련하고 가련한 자여,
너의 겨울은 험하고 길겠구나.
그리움아, 못 본 척 지나가버려.
그리움아, 어서 내게서 비껴가.
그리움아, 머물지 말고 그냥 지나쳐 가.


가련한 자는 매일을 살아가며 죽어간다.
그 빛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허공에 흩어지는 허무는 충만했으며,
그 충만은 텅 비어있었다.
아무것도 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가진 적 바 없었다.

그대가 머문 자리에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대를
방황하고 방황하며 끝없이 헤매고 있다.

그렇게 곁을 맴도는
빛을 잃고
소리를 잃고
온기를 잃은
가련하고 가련한 자여,
그를 찾는 애타는 숨을 거두어라.
가눌 길 없는 마음을 격렬히 탄식하라.


같지 않은 것을
서운해 무엇하고,
사랑이 아닌 것을
애원해 무엇하고,
길이 다른 것을
원망해 무엇하오.

그리하여 또,
또다시
당신을 향한 마음은 사랑인 것을.


#월요일 창원 가는 길에서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하는 사랑은 봄 햇살처럼 포근해서 곁에 있기만 해도 향기가 품에 스며든다. 내가 하는 사랑이 그런 사랑이다. 그 향기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다. 잔잔하고 고요한 강물을 닮은 그는 내가 개구쟁이처럼 장난으로 강물을 흩트려놓아도 다시금 맑고 고요한 강물을 내게 만들어 보여준다. 짓궂은 나의 물장난에도 짜증 한 번 없이 옷소매에 묻은 물기를 닦아줄 사람. 실수로 강에 빠진다면... 빠진 날 물밖으로 조용히 세워두고 묵묵히 물기를 털어줄 사람이다. 그는 잔잔하고 고요한 강을 닮았다. 그런 강을 닮은 그 사람을 나는 참 많이 좋아하고 있다. 난데없이 그가 떠오르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에게 닿지 못한 슬픔이 견디기 버거울 만큼 사랑하고 있다.
 젊은 그가 살았던 창원으로 가는 길이 왠지 그의 과거로 가는 듯 몽글몽글하다. 국도를 달리는 차창밖은 겨울임을 시각적으로 내게 보여주어 더욱 시리고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작가님, 저도 작가님 글 속에 나오고 싶어요"

숨죽여 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내게 말을 걸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작가님 글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요"
"갑자기?"
"손바닥 소설 쓰시는 거 있잖습니까? 거기요"
"엽편소설이요?"
"네네"
"나 사랑할래요?"
"네?"
"허구와 현실 속 사랑이야기만 담고 있으니, 내  글에 들어가려면 날 사랑해야 된다고요. 그럴 수 있어요?"
"농담이죠?"
"농담이라 치고"
"......"
"뭘 고민해요. 대답해야죠. 싫다고"
"와ㅡ 순간 헷갈리고 쫄았어요. 손에 땀난 거 보십시오"
"ㅋㅋㅋ그러니 괜한 실없는 질문하지 마요"
"네 ㅠㅠ 입 닫고 운전할게요"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런 침묵이, 이런 사색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는 불편했나 보다.
새로운 에세이 담당 편집장님, 그는 어리다.

"작가님은 왜 사랑 이야기만 쓰세요?"
"**씨는 왜 밥 먹어요?"
"그야 배가 고프니깐요?"
"마찬가지예요. 저도 사랑이 하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그 하고 싶은 사랑을 매번 새드엔딩으로 쓰셨잖아요"
"그래서 이제부터 해피엔딩으로 끝맺으려고요.  무조건, 남주와 여주는 오랫동안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결말을 내려고요"
"네, 작가님 제가 이 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는데, 작가님이랑 대화하면서 다짐한 게 있어요"
"뭔데요?"
"배우자 직업으로 작가는 무조건 피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왜요 ㅋㅋㅋㅋ"
"싸우면 말빨로 질게 뻔해서요"
"ㅋㅋㅋㅋ아니, 이길 생각부터 하시는 거예요?"
"이것 봐... 싸우면 말문이 막힐게 불 보듯 뻔합니다"
"악 ㅋㅋㅋㅋ 그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도 있어요"
"있긴 있어요?"
"그럼요! 감정 표현도 말로 잘하고 말을 예쁘게 하잖아요^^"
"작가님은 말 예쁘게 안 하시잖아요"
"모두에게 그럴 필요는 없으니깐요"
"아. 남편한테는 예쁘게 하세요?"
"아마.... 도??ㅋㅋㅋㅋㅋ"
"예를 들어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대부분 '다녀왔어?'나 '수고했어'라고 하겠지만, 나는 퇴근하고 오면 '나 업어줘'라고 해"
"에?? 왜 업어요? 일하고 온 사람한테?"
"업어주면 이야기해 줘요. '오늘 춥드제? 내 온기 전해줄게. 마음껏 가져가도 좋아'라고 해줘요"
"아... 매번요?"
"아니 매번 다르죠. 업어달라, 안아달라, 손잡아달라 달라"
"아... 그건 생각 못했네요"
"그러니깐, 내 앞에서 작가 직업이 기피대상이라고 하면 죽여버릴 거야......"
"예쁘게 이야기하는 거 확실하죠?"
"응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