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93 미지근

호호아줌마v 2024. 12. 17. 02:44


그러니깐... 어찌 되었던 간에 결과적으로 난 당신을 필연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무지 사랑하지 않고 베길 수 없는 당신이었기에...
그 이후로 내게는 오직 '당신'뿐이었어요. 온통 '당신'으로 '당신'만이 가득찼으며, 모든 순간이 '당신'이었어요.
당신과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다가 그게 나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지경에 까지 도달했습니다.
허나, 당신은 내게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것을 분명 나는 알고 있지요. 그 사실을 알고있음에도 나는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을 쉬이 멈출 수가 없습니다. 멈추는 방법을 모를 뿐더러 조금이라도 그러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품고 살아야 할 내 앞날을 걱정해야 되는 지경에까지 왔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얼 바라는 걸까요.
그런 내게 당신은 무얼 줄 수 있나요.

당신은 내게 말했지요. 양주를 배워보라고, 좋은 술을 배워보라고... 기도를 타고 넘어가는 알싸한 술은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갈증만 더할 뿐 배워지지 않더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당신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나를 삼킬뿐.....
당신이 내게 또 말했지요, 정종을 데워먹어보라고. 당신이 하라기에 나는 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끓인 물에 중탕으로 데워지기를 기다렸지요. 컵 속에 뽀오얗게 피어올라 드리운 안개가 수증기가 되어 맺히더이다. 맺히다 곧 굴러떨어져 흘러내렸습니다. 서글펐습니다. 당신이 알려준데로 했더니 죄다 슬픔만 가득해서 서러웠습니다. 미지근하게 데워진 정종을 입안가득 머금었어요. 차갑게 마실 때와는 다르게 향이 더 진해진 듯했고, 목넘김이 부드러웠어요. 피가 도는 느낌과 몹시도 고단했던 몸이 한순간에 나른나른 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데워짐으로 알코올 성분이 공기중에 날라갔다 생각하고 컵속에 있는 정종 다 마셔버렸습니다.

힛, 기분 째집니다!^^^
거실에 누웠다니 작동하지 않는 실링팬이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숩니다.ㅡ실링팬에 당신 얼굴도 함께 빙궁빙글 돌고있어요
내 옆에 오실랍니까.
같이 누워서 돌아가는 살링팬 구경하실랍니까.
이번에는 농담도 취중진담도 아닌 내 진짜 마음입니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어요.
당신헌태 가고 싶어요ㅠㅠ 가서 징징거리고 싶어요 ㅜ
내가 가면 받아주실랍니ㅣ까.
오지도 않을것이고 받아주지도 않을거 나듀 압니다. 또 내가 가야겠지요. 반겨주지도 얺겠지만.가갰습니다. 당신을 너무 오래안보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