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1-189 모두의 해피엔딩

#될 성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부쩍 작가가 천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돌이켜보면 국민학교 다닐 때 생활통지표 종합의견이 늘 엇비슷하거나 같았다. "책을 자주 읽고, 글짓기 능력과 계산 능력이 뛰어남. 일기를 월등히 잘 씀. 내성적이나 자기주장을 잘 굽히지 않음. 겁이 많은 편이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임."
처음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을 학교로 방문 요청한때는 내가 국민학교 때 적었던 장래희망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당연시되었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었다. 교실에 남녀로 짝을 지어 앉으면 여학생 수가 현저히 부족했으니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원만한 교유관계를 위해 자기소개와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에 내가 발표한 게 화근이 되었다. 국민학생 장래희망으로 대부분 간호사, 비행기조종사, 발명가, 현모양처, 의사, 축구선수, 문방구주인, 분식점 사장, 점방 주인 등과 같은 직업을 희망했지만, 나는 그 속에서 "일처다부제"라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칠판 앞에 나가서 장래희망을 말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저의 장래희망은 일처다부제입니다. 그 이유는 남자만 귀하게 여겨 엄마들이 남자아기만 낳다 보니 앞으로 여자가 귀해지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때 저는 5명의 남편과 사는 게 꿈입니다. 첫 번째 남편은 아빠처럼 든든하고 강한 사람, 두 번째 남편은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 세 번째 남편은 책 많이 읽고, 이야기 재미있게 많이 해주는 사람, 네 번째는 요리 잘하는 사람, 다섯 번째는 잘생긴 사람으로 남편 삼아 살 겁니다"
그날 담임 선생님은 우리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기가 막히는 게 당연하다. 불같은 성격의 아빠가 학교에 같이 오셨으면 아마 나는 엄청난 꾸중을 들었을 터, 그걸 알기에 엄마만 오셨다. 선생님은 평소 내가 남자 교우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한다고 이야기했었다고 했다. 그게 특정 친구들이 아니라 모든 남자교우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고, 여자들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도 불평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덧붙여 담임 선생님은 내가 또래에 비해 생각이 많고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잘 관찰하라고 하셨다했다. 이 일화는 여전히 가족들이 다 모이는 명절 때마다 잊어질 법하면 나오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그토록 간절히 장래에 원하는 직업을 결국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남편으로 생각했던 사람과는 일방적이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련다.

"작가님은 무슨 노래 들어요?"
"저 옛날 노래 들어요"
"저도 옛날 노래 좋아하는데, 추천해 주세요!"
최근 재생목록을 캡처해서 채팅방에 올려주었다.
"88년생 맞으세요? 58년생 아니고?"
"김건모, 부활 빼고는 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ccm도 들으시네요. 교회 다니세요?"
"아뇨. 무교입니다. ccm도 듣지만 불교음악도 들어요"
"종교 음악 듣는 사람 처음 봐요. 왜 듣는지 물어봐도 돼요?"
"ccm이나 찬양가는 결혼식 때 많이 불러서 좋아하게 되었고요.. 불교 노래는 뜻이 좋아 들으면 마음이 편해서 들어요.."
"제일 자주 듣는 노래는 어떤 거예요?"
"남남, 딜라일라, 불 꺼진 창, 눈이 내리네, 님 떠난 후, 너를 사랑하는 노래 들을 때마다 항상 듣는 편이에요"
"노래방 가서도 저 노래들 불러요?"
"아뇨ㅋㅋㅋㅋ신나는 곡 불러요"
"뭐 부르는데요??"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다르죠"
"그래도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노래는 있잖아요"
"헬로카봇, 꼬마버스타요, 뽀롱뽀롱뽀로로 불러요"
"친구들이랑 가면 애창곡 있을 거 아니에요?"
"장덕 님 떠난 후랑 사의찬미요!"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그 노래 불러요??"
"신나게 놀 땐 티아라 노래도 불러요"
"작가님 진짜 독특하셔....."
"넘사벽"
"작가님, 약과 말고 좋아하는 간식은 뭐예요?"
"먹는 건 다 좋아해요"
"그래도 집에 없으면 항상 쟁여놓는 거 있잖아요"
"청포도 사탕이요! 달달하고 상큼해서 자주 먹어요"
"작가님, 인기 많죠?"
"아뇨, 아줌마가 인기랄게 있을 게 있나요"
"인기 많을 거 같아요"
"그랬음 좋겠어요"
"사투리도 귀여우시고 말도 잘하시고 부러워요"
"사투리는 제가 고쳐볼게요"
"고치지 마세요 더 써주세요! 사투리로 소설 읽어주는 거 매력 터져요"
"경상도 억양아입니꽈"
"살아있네~"
"또 저 놀리는 거죠?ㅡㅡ"
"사투리 배우고 싶어요!!"
"눈 흘기는 모습도 예뻐요 ㅋㅋㅋ"
"악ㅋㅋㅋ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
"곰, 여우 중에 작가님은 어디에 가까워요?"
"저요?? 전 곰이요"
"여우"
"여우"
"여우 아니고 곰이랍니다. 곰 중에 청각 후각 시각이 아주 예민한 곰입니다요"
"누가 그래요?"
"남편이요"
"작가님 뚱땡이였을 때는 곰이던데 지금은 여우 같아요"
"저 뚱땡이 아니었어요!!!"
"죄송ㅜㅠ"
"팩폭"
"저 만만해 보이는 얼굴인가요?"
"얼평 원하세요?"
"작가님 대문자 F!! 다들 말 가려서 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울지 않을게요. 울어도 방송 끝나고 울게요"
"평범한데 안평범해요 자꾸 생각나요"
"오 정답"
"공감"
"좋은 의미죠? 근데 뭐가 자꾸 생각나요?"
"사투리랑 억양이요"
"나빠 ㅠㅠ"
"반응이 너무 귀여우세요. 왜 맨날 남편이 놀리고 괴롭히는지 알겠어요"
"작가님, 연예인 중에 이상형 누구예요?"
"김종국이요"
"작가님 몸 좋은 사람 좋아하세요?"
"뭐.... 네 ^^ 좋아해요"
"엽편소설 #2는 내년부터 하는 거예요?"
"네, 바쁜 일 조금 마무리되면요"
"#1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아뇨 새드엔딩이에요"
"조금만 알려주세요"
"여주가 남주를 마지막으로 보겠다 다짐한 뒤 사직서 내고 더 이상 남주를 만나러 가지 않는 것으로 끝이 나겠죠? 그리고 여주는 추억 속에서 살아가겠죠. 제가 생각하는 엔딩이에요"
"해피엔딩으로 끝낼 순 없나요?"
"누구의 해피엔딩을 말하는 건가요? 남주의 해피엔딩은 여주가 그만 찾아오는 것일 테고, 여주의 해피엔딩은 남주와 사랑을 하는 것이고, 모두를 위한 해피엔딩은 이 남주 여주가 만나지 않아야 하는데요?"
'해피엔딩.. 행복한 결말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