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47 사주팔자

호호아줌마v 2024. 11. 8. 02:06


#단발이 된 이유

사주팔자를 믿나요?
말 그대로 4개의 기둥과 여덟 개의 글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명리학이란 용어가 맞다고 한다. 자신의 생년월일시에 따라 고유한 사주를 가지고 있으며, 태어난 순간부터 인생의 기운이 정해지게 된다는 뜻을 가진 사주팔자. 이걸 믿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보다는 삶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꿈과 희망과 바람을 안고 사는 현실에서 "간절"함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나는 사주팔자를 믿고 싶지 않다. 뻔히 답을 알고 사는 삶만큼 지루한 인생은 없으니깐 말이다. 다행히 내 부모는 종교가 없으며, 사주팔자도 또한 믿지 않으신다. 덕분에 사주팔자가 썩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고, 내 사주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첫 남자는 아니었나 보다. 지인의 결혼 날짜 보러 따라간 유명한 철학관? 점집? 에서 우연히 내 사주를 보고 난 후부터 달라졌다.
어느 날, 대뜸 첫 남자는 핸드폰 속 녹음파일을 재생시키며 들어보라고 했다. 녹음파일은 36분짜리였다. 무선이어폰을 꽂고 듣는데, 고것 참 들을수록 신기했다. 나의 과거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낯선 사람, 바로 무속인. 거기다 나의 생김새까지 비슷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포인트에서 첫 남자가 무속인에게 무한신뢰를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맞아요 맞아요"를 수없이 외치는 첫 남자.. ㅋㅋㅋ나만큼 귀가 얇은 것이 분명해.
직업을 말하기도 전에 무속인은 내 직업을 알아맞혔다. 사주에 화개살이 많고, 풍족한 외로움이 많아 문학, 철학, 예술을 좋아하고 사색을 좋아하며 철학적이라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게 되는 예술업에 강한 재능이 있다고 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을 하면 이름을 떨칠 수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편이라 남들에게 4차원이라는 소리도 듣겠다고 했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글을 짓는 일을 하면 천직이라고 말했다. 선무당이 아니었음 한다 ㅋㅋ
그리고 나는 30대 중반부터 도화살과 홍염살이 들어있어 이성에게 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한다. 도화살과 홍염살이 뭐냐고 묻는 첫 남자 물음에 도화살은 빼어난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홍염살은 겉으로 보기엔 수수하고 여려 보이지만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을 느끼고 성적인 측면으로 매력을 발산한다고 말한다. 나는 홍염살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했다.ㅋㅋㅋ
우물 안에 살던 작은 물고기가 드디어 큰 바다로 향해가는 꼴을 하는 형상이라 명예와 명성, 부를 한 번에 다 쥐고 있다 한다. 태극귀인?? 나를 귀인이랬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요즘 말로 금수저..
화개살이 3개나 들어있다고 했다. 천재 예술가, 총명한 사주라나 ㅋㅋㅋ 대신 화개살이 많아 외롭고 고독을 많이 탄다고 한다.
문제는 이다음부터다. 첫 남자는 홍염살 없애는 방법을 물어보았고, 그 무속인은 내 몸에 나는 털 2개는 찾아서 뽑고, 얼굴에 나는 털은 절대 뽑지 말아야 하며, 머리는 길면 길수록 홍염살 관상으로 보여 남자가 꼬일 수 있으니 머리는 짧게 해야 된단다. 그래서 단발 안 어울리는 나를 끝끝내 자르게 한 것이겠지 ㅡㅡ 빌어먹을.

"홍염살 도화살 있어도 그럴 사람은 아닌데..."
"그래. 태어나길 착한 성품을 갖고 태어났어. 막말로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착하고 예쁘고(?) 속궁합 잘 맞는(?) 여자 어디서 만날 거야? 부족함 없이 곱게 자라서 흠도 없어. 대신 외롭게 만들면 금방 시들해져 버려. 외로움이 사주에 너무 많아. 나무로 따지면 엄청 예민하고 연약한 나무야. 바람에도 휘청이고, 물 많이 줘도 죽고, 햇빛이 너무 강해도 죽고, 관심 안 가져줘도 말라죽고, 관심을 많이 줘도 병들어 죽고 말 거야. 뿌리가 약해. 태생이 강하게 태어나질 못했어.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주고 살아"

예전에 날 미워하시던 친할머니가 내가 딸이라 그 다음 동생의 성별을 보기 위해 가셨다던 점집에서 했던 말들과 비슷한 맥락이긴 하다.
사주는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것. 그렇지만 첫 남자는 날 거의 반강제로 어울리지도 않은 단발머리로 잘라버렸다 ^^
일면식도 없는 사람 한마디에???
죽여버리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