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22 거짓말

호호아줌마v 2024. 10. 19. 01:58


  
  요즘 더욱 사랑은 하기 어려운 시대구나 싶다. 일방적인 사랑은 폭력이 되고, 기다림의 사랑은 짝사랑이 되기에 쌍방 사랑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하는 것을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 두 사람 모두 딱 맞는 타이밍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감정이 서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일이 흔치 않으니깐 말이다.

   비 오는 날엔 유독 카톡이 많이 온다. 비 내리는 영상을 핑계 삼아 연락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내가 기다리는 이는 없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그를 잃어버리기로 다짐했다. 비로 시작한 사랑을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정리하게 되어 조금은 위안이 되기를.

#눈동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눈동자는 날 보고 동공이 커지지 않았고, 불쌍한 마음은 아니라고 했다. 호감이었고, 설레었다 했다. 눈동자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그의 말이 거짓말인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냥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믿고 싶은 마음이 사실 더 컸기 때문이었던 거지.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이었고 한번 더 말해달라고 조를 뻔했다. 조곤조곤 말하는 그에게서는 진실만을 말하는 듯했다. 듣기 좋은 음성, 예쁜 말을 하는 그. 이로써 짝사랑으로 비록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쌍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서 만족한다. 그래도 내 쪽이 훨씬 많이 기울긴 하지만 말이다.

"많이 좋아했어요"
"너무 많이 좋아해요"
"진짜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편집장님께 예뻐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했어요"
"좋아해요"
"눈 보고 이야기해요"
"너무 보고 싶으면 보러 갈게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너무 궁금한 이야기도 묻질 못했다.
전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는데 그 앞에선 이성보다는 감정이 먼저라 계속 까먹는다. 다시는 전할 수 없는 말을 빗속에 날려 보내기로 한다. 그가 내 마음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날 거절하지 않으니 나로서는 그에게 망설임 없이 내 마음을 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쑥스러워했다. 내 마음을 표현하면 할수록 그는 얼굴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몸을 베베 꼬고 웃었다. 더 많이 더 더 많이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다 하지 못했다. 1년 동안 꽁꽁 묶어 채워두었던 마음을 다 말해버리고 싶었는데. 토해내고 싶었는데. 그에게 다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이니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또 전하지 않은 말이 훨씬 많음에 몹시 아쉽기만 하다. 말한다고 달라질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