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1-121 설렘과 애틋 그 사이 어딘가

#반하다
나의 이상형을 마주칠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본다. 수많은 각기 다른 얼굴의 생김새들 중에서 내 취향의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나 표정과 습관, 그리고 눈빛과 행동까지 가진 이상형을 만나는 일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라고 본다. 이럴 때 우리는 '첫눈에 반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외모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마음'이다. 사람의 외모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갖고 있으며, 외모는 숨길래야 숨길 수 없지만, 마음은 마음만 먹으면 본래의 마음을 숨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외모보다 마음이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마음은 그 사람이 가진 색깔이자 온도이다. 살아온 시간에서의 경험과 추억, 감정 그리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살면서 아끼고 사랑하며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뒤섞여 있을 것이기에. 세상 어느 누구와도 마음이 똑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같은 유전자를 받은 형제자매가 각기 다른 색깔과 온도를 가지듯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 뭐 일방적인 사랑이긴 하지만, 어쨌든 살면서 만났다는 것에 중점을 두자면 나는 엄청나게 큰 복인셈이다. 사실 그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의 행동이나 눈빛, 여유와 꾸밈없는 대화에서 나의 빈 조각을 채워줄 마지막 퍼즐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나는 그를 첫눈에 반했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에도 반했다는 것이다. 어른 남자의 마음에 반하고부터는 나는 온몸으로 그의 마음을 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잠에 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살이 빠지는 런닝 대신 이번주는 줄넘기를 들고 밖을 나왔다. 독기를 품고 있는 독한 가을 모기에게 헌혈을 해주고 있어도,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
#되고 싶다
나는 그의 이불이고 싶다.
당신의 고된 하루를 포근히 안아주고 싶은
보드라운 위로가 되고 싶다.
나는 그의 옷이 되고 싶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상처도 감싸주는
밝음이 되고 싶다.
나는 그의 연고가 되고 싶다.
당신에게 있는 상처들이 새살이 돋을 수 있게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나는 그렇게 온몸으로 그를 안고 싶다.
온몸으로 그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