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05 이유 있는 이유

호호아줌마v 2024. 10. 11. 12:07





마음껏 사랑했더니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적어도 지금은 빈손으로 남겨진 나는 그 모든 시간이 헛된 꿈처럼 느껴졌다. 마음을 다 주었고, 그 마음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주고 또 주어도 계속 쌓이고 만다. 글로 담아 날려 보내려 하지만, 글로 담아내는 속도보다 쌓이는 게 더 많아, 쉽지 않다.
이유 없이 그에게 끌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이유 있는 끌림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나는 그에게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에게로 계속 흘러가는 마음의 이유를  알았고, 동시에 거둘 수 없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구멍이 난 채로 남은 날을 살아야 함도 말이다.
그에게 가고 싶다.
그를 보러 가고 싶다.
그가 몹시도 보고 싶다.
얼마나 더 많이 사랑해봐야 알까
얼마나 더 많이 사랑해야 알아줄까
얼마나 더 많이 사랑을 주어야 알까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그가 알기는 알까

얼마나 많은 사랑을 글로 써 내려가야
비로소 사랑이 그에게 전해질까.
얼마나 많은 사랑을 표현해야
그가 날 봐줄까

그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괜찮았고, 괜찮다.
날 보는 눈이 연민이어도 동정이어도 불쌍해 보여도 그냥 다 좋다. 그냥 그가 날 보는 게 좋았고, 내가 그를 보는 게 내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행복하려면 그를 봐야 한다. 나는 잠시라도 행복해지고 싶다.
정말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