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1-102 매혹

매혹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림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매혹의 단어는 조금 다르다. 나에게 그 단어는 더 이상 명사가 아닌 줄임말로 입력되었다.
매력으로 이성을 혹하게 하다, 매혹.
어른 남자는 매혹적이다. 풉ㅎㅎ
그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절대 그가 매력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매혹과는 거리게 멀게 생겼다. 정확하게는 그 단어가 그와 어울리지 않다는 말이다. 가령 예를 들어본다면, 군인을 보고 예쁘다, 귀엽다는 말보다는 멋있다, 든든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매혹과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한데 묘하게 매혹적인 남자다. 그게 매력인 듯싶다. 어른 남자는.
어딘가에 깊이 빠진 적이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기억나지 않았고, 결국 나는 어딘가에 깊이 빠져본 적이 지금이 처음인 게다. 빠진 대상이 다른 쪽이었음 훨씬 좋았을 텐데 하필 사랑이고, 하필이면 그 대상자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사랑을 책으로만 배운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사랑을 꿈꿔왔고 그 사랑을 글로 담아내며 살았다. 그러면서 최근 '조숙한 여자는 어른 남자를 원한다', '여자들이 또래보다 나이 많은 연륜 있는 남자를 찾는 이유'와 같은 비슷한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사랑은 여유와 연륜이 묻어나는 사랑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호감인 사람에게서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사람임을 알고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그를 사랑한 건 그 타이밍에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사람을 내가 쓰는 소설 속에 가둘 것이다. 절대 세상밖으로 나올 수 없게 꽁꽁.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그를 정리할 것. 그게 바로 소설 속에 그를 묶어 놓기로 한 일이다. 그리고 내 손으로 그의 결말을 정해줄 것이다.
나는 특별한 날을 기대하며 살지 않았다. 공짜로 받은 선물 같은 하루를 받아 잘 살다가 보내주면 된다. 어느 누구든 욕심 없는 삶이 없겠냐만 서도 마음을 비우면 평화가 온다. 더 많이 가지려, 더 높이 오르려 애쓰는 것도 좋지만, 아무 욕심 없이 보내는 하루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살았다. 태어나는 것이 내 뜻이 아니었지만 이왕 나온 김에 잘 살아가는 것은 내 뜻이었다. 여름이 가기를 고대하던 시간들은 이제는 가을이 가지 말기를 바라고, 겨울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겨울이 와도 쉬이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릴 것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살아야 하는데 늘 기대하고 바라게 된다. 이마저도 익숙해져 무뎌지고 있다. 밤하늘의 별은 밤새 세상을 밝혀주다가 해가 뜨면 달과 함께 미련 없이 사라지듯이 나도 그런 마음을 닮고 싶다. 그에 대한 사랑도 한낮 부는 바람처럼 지나가고 싶다.
누군가 그랬다. 뭐든 끝이 좋아야 한다고.
내 사랑의 끝이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요즘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그를 사랑하는 일이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많이 사랑하자.
빨리 보고 싶다.
#사무실
"과장님 진한 핫초코 한잔 타드릴까요?"
"완전 콜콜콜!!! 많이 많이 가득 줘"
"당뇨 걸립니다 과장님"
의자를 밀며 머그컵 가득 핫초코 미떼를 건네주며 말했다.
"과장님, 오늘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요. **씨 일 보세요^^"
오늘 나는 개자식과 만나기로 했다.
개자식은 끝까지 나에게 개자식으로 남을 예정인가 보다. 우리 오너한테 공적으로 협박? 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 이렇게 하는 건지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