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75 억울해

호호아줌마v 2024. 9. 25. 02:00


과도(?)한 운동과 몸살기운, 거기다 너무 바빠 정신없는 와중에도 너무나 정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나는 그에게 흘러가고 있다. 이건 의지와는 다른 문제다. 마치, 해가 뜨면 동쪽으로 어린 해바라기 줄기가 구부러졌다가 해가 지면 서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처럼 해를 향한 해바라기의 본능이다. 나 역시 그렇게 그에게로 본능적으로 향하고 있다. 끊임없이, 매일매일 말이다.

라방 중 협찬제품을 사용하다가 문득 그가 떠올려 버렸고, 그런 나를 외면하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하는 사랑, 이건 너무 불공평해! 억울해!!!!
왜 그는 아무렇지 않은 거냐고!!!!
그를 혼자 몰래 사랑한 건 내 쪽이 분명하다. 그런데, 더 분명한 건 어디까지나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절대 그에게 티를 내지 않았다. 티가 났나?? ㅠ 아닐 텐데?? 아무튼 그런 나에게 욕심을 부리게 만든 건 그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오해할까 봐 말한다고. 내가 처음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의 한마디에 흔들리고 휘둘리며, 이런저런 감정에 끌려다니기 바쁜데. 왜 그는 정작 아무렇지 않은 걸까.
비참하게도 그래도 마냥 그가 좋은 내가 지지리 못났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가 나에게 애정은커녕 관심조차 없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억울하긴 해. 아니, 꽤 많이 억울한 듯싶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에 서로 다른 감정의 무게를 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랑이 너무 무거운 나와 사랑이 너무 가벼워 무게조차 없는 그.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며 돌아설 수가 없다.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보아도 그의 행동의 명분은 가벼운   장난이다. 내 직업이 용케도 연애소설 작가이다. 그것도 새드엔딩으로. 내가 아무리 내가 하는 사랑을 새드엔딩 속에서도 해피엔딩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차피 끝이 정해진 결말을 세드앤딩으로 치자, 여주가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첫사랑이 짝사랑인 데다 남주의 마음은 그녀를 향한 가벼운 장난임이? 너무 했다. 진짜.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세드앤딩 속 해피엔딩은 그를 단념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훗날 꺼내볼 추억이라도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 남주도 여주를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은 있었다로 남기고 싶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나 힘든 일이야? 그런 거야? 내가 너무 편파적인가?
짝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짝사랑 만만히 보면 큰코다친다. 잔혹하기 그지없거든. 내 마음은 이미 그에게 완전히 빼앗겨 버렸건만, 그래서 나는 텅 비어져 있건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지는 않다. 그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를 조금이라는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점이 내겐 잔혹한 일이다. 나는 그의 행동, 작은 표정, 말투에도 휘둘리는 나와는 달리 그는 조금의 흔들림 조차 없다. 그 이유는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시만이라도 그의 마음을  빼앗아 오면, 내가 진짜 억울하지도 않다.
유독 오늘따라 어른 남자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