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72 변태는 아니래

호호아줌마v 2024. 9. 23. 10:05


#일요일 이른 아침


5시 57분부터 나는 우리 집 인터폰 앞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이고 있다.
곧 초인종이 울렸고, 바로 열림버튼을 눌러 초인종이 울리는 걸 막았다. 나는 현관물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렸다.
이내 반가운 얼굴이 보였고, 나는 웃으며 반겼다.

"선생님, 추석은 잘 쉬셨습니까 ^ㅡ^"

선생님은 빠르게 나의 얼굴을 살펴보시곤,

"아가씨!! 못 잤어요??"
"저 아가씨 아닌데요???"

살금살금 들어와 곧바로 서재실로 향했고 미리 준비해 둔 페퍼민트 두 잔을 내어왔다.

"**씨, 왜 이리 얼굴이 안 좋아요?"
"입술에 뭐라도 바를까요?"
"그게 아니라, 아파 보여요"
"아, 어제 비를 좀 맞아서 감기 몸살이 왔어요"
"비를 왜 맞고 다녀요. 이제 젊은 나이도 아닌데 몸 아껴야지"

짧은 인사말이 오고 간 뒤 나는 상담 치료를 받았다.
1시간 30분은 금방 지나갔고,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그분이랑은 잘 마무리되었어요?"
그에 대해 물으셨지만, 대답으로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생각하고 있었다. 재촉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갔다.

"그분은 **씨가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요?"
"아뇨. 몰라요. 전혀 몰라요"
"그럼, 보러 가지 않으면 마무리라는 말이죠?"
"네.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 마무리 전이라는 얘기네요"
"...."
"그분 잘 생겼어요?^^"
"네?????? 네. 잘 생겼어요^^"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사람인 거 같아요. 부드럽고, 여유 있고, 연륜도 있어요"
"그 나이에 나잇값 못하고, 연륜도 없으면 곤란한데?"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저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눈썹을 위로 올렸다 내리며 긍정을 의미하는 선생님.
"저 변태예요?"
"응? ** 씨 가요?"
"네. 저 오래 보셨잖아요. 혹시 저... 변태 같은 성향도 갖고 있나요?"
"전혀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착한 그분을 보면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제가 변태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걱정하지 마요. **씨 조금 엉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의사로서 말씀드리자면 변태 아닙니다^^"
"휴~ 다행이다"
"그게 걱정됐어요?"
"네ㅜ 저 변태일까 봐 걱정 많이 했어요 ㅜ"

그렇게 선생님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웃으셨다. 그리고 나는 진짜 내가 변태 아니라는 말에 안도했다. 내가 그에게 고백해도 이제 꿀리는 일은 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