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55 자만추

호호아줌마v 2024. 9. 14. 17:23


#친구들과 단톡방

내용은 이러했다. 그때 저녁에 만났던 세명의 연하 중 아저씨 같다던 연하 빼고, 나머지 둘과 미혼인 내 친구 둘은 더블데이트를 하고 호감이 가는 사람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는 것. 친구끼리 호감 가는 방향이 얽히거나 꼬이지 않고 딱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금방 한 친구가 자기랑은 안 맞다고 다른 남자를 단톡방에 소개해달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물었다.

"개인적으로 두 번 만나고 안 맞는다는 게 말이 돼? 그냥 외모나 조건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
"난 자만추야.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니깐. 다들 기준은 다르잖아"
"남자 소개해달라고 하면서 자만추는 모순 아냐?"

내 한마디에 다른 친구들도 거든다.

"너 자만추 모르지?"
"할매처럼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로 생각하는 거 아냐?"
"진짜 그럴지도ㅋㅋㅋ"


나는 빠르게 검색했다. 내 검색만으로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만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자만추 다른 뜻이라고 검색했고, 자만추가  <자보고 만남을 추구한다>의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인 관계에서 잠자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연애를 하기 전에 먼저 성관계를 맺은 뒤 속궁합이 맞으면 만남을 이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이었다.

"너 그 연하랑 관계를 가졌어?"
"응. 근데 별로였어"


알고 지낸 지 20년은 넘은 친구들이 갑자기 한순간에 낯설어졌다. 다른 친구들은 무엇이 별로였는지가 더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다. 크기가 문제냐, 기술이 문제냐, 길이가 문제냐 등등.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배려가 없더라. 지만 즐기다 끝나버렸어. 그거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이랑 연애하면 어떨지 보여"

아니 도대체 그것만 보고 어떻게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다시 물었다.

"너만 그런 거야? 요즘 사람들 대부분 다 네가 아는 자만추야?"
"요즘 다 그래. 어릴수록 더 하겠지? 닌 진짜 조선시대로 돌아가 ㅋㅋㅋ"


요즘 사람?? 그는 요즘 사람이 아니라 괜찮으려나?? 그래, 나의 그는 그러지 않을 거야. 연세도 많으니깐;;;

"나 하나만 물어볼게. 글 쓰고 있는 게 있는데 남자 마음이 어떤지 봐줘"

그러고 나는 어른 남자와의 일을 빠르게 적어내려 갔다.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만 적어서 전송을 눌렀다.  

"이게 끝이야?"
"응"
"어떤 거 같아?"
"단순히 여자랑 한번 하려는 거 아닐까? 잠자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마."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렇게 친구를 통해 확인하고 나니 뭔가 허탈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는 나를 가벼운 원나잇 상대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고백으로 끝날 사이더라도 정확하게 내 마음을 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이 처음처럼 순수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처음에는 그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었으나 욕심과 욕망으로 변질되었기는 하나, 적어도 나는 사랑이 맹목적인 스킨십이었다.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잠자리를 가볍게 여기는 추세라고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아니다. 이런 추세를 따르는 요즘 사람들을 잘잘못을 따지고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고백할 때 내 사랑을 가벼이 여겨 오해의 소지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점점 고백마저도 어려워지는 느낌에 마음이 무겁다. 그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곤조곤 다 전달할 수 있을까?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고 느리게만 가는 걸까?
다음 주 그를 보고 사적인 약속을 잡는 게 우선이다. 약속부터 잡고 그다음에 그때 고백을 생각하자. 그가 너무도 보고 싶다.
차라리 그가 내 글을 얼른 찾아서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댓글이 달리길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