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6 누군가의 첫사랑

호호아줌마v 2024. 9. 11. 01:14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다는 건 아주 희박한 일이다.
그리고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떨리고 설레며 모든 게 서툴고 낯설다. 나의 첫사랑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마냥 보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조금 더 큰 마음에서부터였다. 그렇게 나의 찬란하고 빛났던 첫사랑은 그에게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라는 무거운 고백으로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애써 밀어내려 해도 나에게서 밀려나가기는커녕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그에게서 내가 도망치는 걸로 한 거다.   나 혼자 하는 사랑이지만 나는 늘 진심이었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내 첫사랑이 어른 남자라서, 내 짝사랑이 그여서 너무 감사하다.  꼭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직접 내 입으로 그에게 전하고 싶다.
내 첫사랑과 짝사랑하는 대상자가 본인이라고 고백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할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짐작 조차 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엄청난 도박이며,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백하지 않고서는 쉬이 접힐 마음이 분명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은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고백을 하고 나면 더 이상 그를 보러 갈 수 없으니 조금은 미루기로 했다. 너무 많이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했으니 오늘은 실컷 보기로.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가볍다.
나에게는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를 보기로 했으니 그를 더 자세히 잘 보고 싶다. 오래 기억할 수 있게.  그렇다고 대뜸 "저기.. 사진 하나 찍겠습니다. 김치하세요"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내 눈에 많이 담아 올 것이다. 마스크, 그놈의 마스크가 문제다. 아니, 이쯤에 진짜 궁금하긴 한데 내가 갈 때만 쓰는 걸까 아니면 다 쓰는 걸까. 이건 꼭 고백할 때 빼놓지 않고 물어보기로 다짐한다. 만약 그의 답이 전자라면 그 자리에서 그는 나의 분노를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용기 없는 날 위해 용기를 낼 힘을 나에게 주기 위해 내기를 걸어본다. 제 시간 안에 도착하면 마스크를 내 손으로 벗겨낼 거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지만, 5분 전에 도착하면 보드라운 그의 손을 잡아보리라 다짐해 본다.
그리고 울지 않을 용기도 줘야지! 암만!!  그를 보고 울지 않으면 고백하기 전에 한번 더 보러 가리라. 너무 마음에 드는 제안인데 지키지 못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 그에게 꼭 안 바쁜 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에는 고백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뭐 어쨌든, 일단 나는 그를 보러 갈 수 있음에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사실. 딱 기다려라, 어른 남자❤️
내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