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공기 위로 달빛이 무너져 내립니다.
무너져 내린 달빛이 하얗게 내린 눈을 적시고,
눈물이 되어 내립니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시리고 시린 바람이 되어
매섭게 가슴에 불어옵니다.
그 틈엔가 들어온
당신은 따스함이었습니다.
이번 겨울은
당신의 온기와 향기로 가득합니다.
추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있어서,
당신이 있어서,
겨울을 이겨냅니다.
겨울은
아픈 겨울입니다.
아픈 시간입니다.
이번 겨울은
아프게 지나가고,
아프게 기억될 것입니다.
부디 잘 견뎌내기를
부디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다시 만나는 봄은
당신이 내게 없기를...
겨울이 지나가면
당신을 놓아줄 수 있을까

첫눈이 왔다. 사실 정확히는 첫눈은 아니었다. 하루 전날 눈이 날리긴 했었거든. 습관처럼 친 커튼 너머로, 창밖의 풍경은 눈부신 흰빛으로 물들어 그 빛으로 온 세상을 껴안고 있었다.
반가움에 하얀 뽀글이 옷에 연둣빛 뽀글이 점퍼. 그리고 새하얀 털모자만 깊게 눌러쓰고 맞이하러 갔다.
눈부셨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대지는 눈꽃으로 채워지고, 맑은 찬 공기는 흔들림마저 맑게 했다. 조용한 새벽, 흩날리는 눈송이로 하늘의 고백처럼 내려앉아 얼어붙은 대지위에 은은히 기억을 새기고 있었다. 내 발길이 닿는 설원은 새하얀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그 위를 지나며 남겨진 자취는 다시금 질퍽하게 미련으로 지어져 갔다.
찬 공기는 마음속까지 스며들며 내게 담긴 차가움이 어쩌면 당신이라 생각 들었다.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이 눈부신 설원이 주는 아름다움은 아프기만 할 겨울에 대한 그의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슬픈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내 사랑은 내려앉은 눈이 녹아, 그 속에서 함께 흘러가길, 그러길 바라본다.
그리움 속에서 죽을때까지 당신을 끌어안고 살아갈 나를 얼려버리자.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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