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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12 머물고 싶다


어느 날 길고양이가 아파트 단지에서 새끼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는 유독 덩치가 작아 보였는데, 역시나 어미와 새끼들은 유독 덩치가 작은 고양이를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구석에서 매일 우는 새끼 고양이에게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우유와 사료를 두게 되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내가 지나가기만 하면 나와서 만져달라, 놀아달라 한다. 나와 놀다가도 다른 사람이 오면 달아나기 바쁘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보지 않지만 언제나 가도 날 반겨준다. 이 길고양은 분명히 안다. 내가 상처를 주거나 먼저 떠나지 않을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곁을 두는 것일 테다.
나는 이 길고양이가 한없이 부럽다. 나에게만 곁을 두는 그 용기가 나보다 낫다.
아무도 모르게 그에게 머물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하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곁에 머물고 싶다.
길고양이처럼.


#비다!
가을비는 조용히 소리 없이 내린다.
전에는 몰랐었는데 가을비에는 아슬아슬함이 서려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내 영혼이 흠뻑 젖는다.
채 아물지 못한 마음에 절로 누군가가 그리워지며
안쓰러운 몸부림으로 그와의 추억을 꺼내본다.
비속에 품은 찬 바람이
가을비에 젖는 단풍잎을 흔들며
그냥 버티라고
견뎌내면 된다고
견디는 것이라고 말한다.